조 동 현(영암신문 명예기자단 회장)


지난 21일 공가(빈집)철거 의뢰 신청차 미암면사무소 건설담당 김○○을 찾아간 일이 있다. 그 분 개인을 욕되게 하거나 추켜세우기 위해서가 아님을 전제로 사실을 기술하고자 한다. 의뢰문서를 장시간 검토하면서 “미안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하며 음료수를 주시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셨다. 생소한 사람들만 있는 면사무소를 찾아간 초라한 민원인의 심정은 누구나 다 초조할 것이다. 그때 나도 그랬다. 서류검사를 마치고 현장에 갈 차례가 되어 택시를 부르려고 하였더니 그 분이 자기 개인차로 가야한다고 완강히 우겨 어쩔 수 없이 그 분의 차를 타고 3km 거리에 있는 현장에 가는 동안 어쩐지 미안해서 바늘방석에 앉은 심정이었다. 박봉의 말단 공무원이 베풀어 주는 호의가 너무 벅찬 부담감을 주었다. 현장조사를 마치고 4km 떨어진 독천정류소까지 가려고 하는데 자기도 면사무소까지 가야하는데 정류소까지 모셔다 드려야 한다고 끝내 우겨 정류소까지 실어다 주었다. 너무 견디기 어려워 휘발유 값이나 해달라고 돈 몇 푼을 드렸더니 정색을 하고 크게 노하면서 되돌려 주고 가는 것이었다.

“이것이 공무원이다. 우리 영암군의 자랑스런 공무원이다” 의롭고 바른 주민생활을 위해 봉사하는 젊은 공무원 있음이 자랑스러웠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우리 군수님을 비롯한 모든 영암군의 공무원이 이 분과 같이 느껴져 영암인으로 태어난 긍지를 느꼈다.

군내 버스 속에서 이 젊은 공무원의 행실을 그리며 영암인의 의롭고 바른 고장생활에도 서광이 비치고 있음을 깊이 감사했다. 일찍이 시성 괴테는 그의 작품 ‘파우스트’에서 ‘진리란 말’이라고 했다가 고쳐 ‘진리란 논리다’라고 했고 어쩐지 미심쩍어 다시금 고쳐 생각한 끝에 ‘진리란 사실’이라고 하였다. 우리들은 그럴듯한 말로 분장된 인사말이나 축사, 강의 등을 집회장에서 흔히 듣고 있다. 말, 말, 말…. 그러나 그것은 진리는 아니라는 뜻이다. 각종 간행물에 게재되는 저명인사의 논설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세태다. 하지만 그것도 진리는 아니라는 뜻이다. 진리의 근사치는 되겠지만 진리는 아니다.

낭산 김준연 선생님이 말년에 남이 타라고 선사한 자동차는 있었지만 운전기사와 기름값이 없어 걸어 다니셨고 운명 직전에는 그렇게도 먹고 싶어 했던 홍어 한 마리를 사지 못했던 처참했던 생활을 우리들은 지켜보았다. 애국을 말하지는 않으셨지만 이 불멸의 애국지사의 행적, 이 위대한 행적의 사실은 진리라는 뜻이다. 애국을 말하는 자가 반드시 애국자는 아니다. 자기 직무를 수행하면서 묵묵히 주민에 봉사하는 이 무명의 공무원, 그분에 누를 끼칠까봐 이름을 밝히지는 않지만 이 젊은 면직원의 봉사심이야말로 우리 영암을, 아니 우리나라를 바르고 의롭게 이끌어 가는 진리임을 저 유명한 괴테는 일찍이 간파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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