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170) 마한유적·유물 세계유산 등재방안 재론 

시종의 남해신사와 쌍고분 / 해양신앙의 상징 남해신사와 지난해 고대 마한시대 최상위 수장층 고분을 확인시켜준 금동관편이 발굴된 시종 내동리 쌍고분 전경.
시종의 남해신사와 쌍고분 / 해양신앙의 상징 남해신사와 지난해 고대 마한시대 최상위 수장층 고분을 확인시켜준 금동관편이 발굴된 시종 내동리 쌍고분 전경.

한반도 중남부의 역사

“마한은 기원전 2세기 이전부터 한반도 남부에 역사를 남겼다. 마한에서 변한·진한이 갈라져 나왔고, 마한 사람이 진한·변한의 왕을 하였다. 마한역사가 한반도 중남부의 역사인 셈이다. 북쪽에 고조선·부여가 있었다면 그 남쪽에는 마한이 있었다. 마한의 역사는 6세기 중국 ‘양직공도’에서 확인되고 있다. 8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한삭 한국고대사의 원류이자 본류임을 말해주고 있다. 견훤이 후백제를 건국할 때 마한·백제의 부활을 강조하였다. 마한의 정체성이 9세기 말까지 이어졌음을 알려준다. 마한역사를 규명하는 것은 한국고대사의 원형을 찾고 우리 민족사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이다.”

최근 출간한 필자의 마한 관련 저서의 머리말 일부이다. 800년 이상 존속되며 고유의 문화특질을 형성한 마한역사의 규명은 한국 고대사의 원형을 찾고 우리 민족사의 정체성을 밝히는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마한문화 특질은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교류와 융합을 통해 이루어진 새로운 문명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마한사회의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고대 동아시아 사회의 보편적 문화 현상을 밝히는 중요한 작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마한사가 지니는 역사적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여기에 마한의 고유문화 특질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여도 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등재

최근 가야사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야 유적이 가장 많이 분포한 경상남도는 고령의 대가야가 있는 경상북도 그리고 전라북도와 더불어 가야 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 하고 있다.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는 지난 2013년에 처음으로 김해 대성동, 함안 말이산, 고령 지산동 3개의 고분군을 각각의 유산으로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하였다. 이어 가야 고분군의 세계사적 가치와 완전성을 보완하고자 2018년에 고성 송학동, 창녕 교동과 송현동, 합천 옥전,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4개를 추가해 총 7개의 고분군을 하나의 유산으로 통합했다. 

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은 경남, 경북, 전북과 가야고분 유산 소재 7개 시군이 ‘가야 고분군 세계유산등재 추진업무협약’을 체결하여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1년 1월 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 신청서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한 경남도 등에 비해 마한사의 세계유산 등재 준비는 늦어도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마한사가 지니는 문화유산의 가치는 이미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백제나 신라 지역의 문화보다 훨씬 OUV(국경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작년 11월 마한역사문화연구회가 주관한 학술세미나에서 기조 강연한 유네스코 한국위원장을 역임하며 서원 등 많은 문화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깊이 관여한 이배용 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의 가르침은 경청해도 좋다.

‘진정성’과 ‘완전성’

이배용 총장은 그들의 문화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까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첫째는 해당 유산이 어느 특정 국가 또는 민족의 유산을 넘어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유산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둘째, 유산 보호에 필요한 다양한 형태의 국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유사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를 통해 기술적, 재정적 원조가 가능하다. 셋째, 세계유산이 소재한 지역 및 국가의 자긍심이 고취되고 문화강국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진다. 넷째, 유산의 가치를 재인식함으로써 더  이상 유산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가능한 원상태로 보존하는데 국가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 차원 높은 유산 관리로 문화적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 다섯째,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국내외적으로 관광명소로 부각되어 인프라 확보와 수입 증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이점과 함께 유산의 보존관리 책임까지 충실해야 하는 의무도 함께 져야 한다. 이배용 총장의 명쾌한 설명에서 각국이 그들의 문화를 세계유산에 등재하려 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유형문화유산이 14개, 무형문화유산이 20개, 기록유산이 16개 등재되어 있다. 유네스코는 인류의 유산이 오랜 시간의 흐름과 변화하는 사회, 경제적 상황 등으로 훼손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인류의 문화 및 자연유산 중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있는 유산에 대해 세계가 공동으로 함께 평가하고 확인하여 이를 함께 보호하고자 ‘세계유산협약’을 1972년에 채택하였으며 협약의 이행을 위해 세계유산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지침을 마련하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에서는 ‘OUV’에 대한 평가 기준에 있어 신청유산이 다음 기준을 하나 이상 충족시킬 경우 세계유산위원회는 당해 유산에 ‘OUV’ 자격기준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기준은 모두 10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에서 ⅰ~ⅵ 항목의 기준은 문화유산, ⅶ~ⅹ 항목은 자연유산에 해당하는 기준이다. 이 가운데 마한과 관련된 기준은 다음을 들 수 있다. 

기준 (ⅲ) : 문화적 전통, 또는 현존하거나 소멸된 문명과 관계되면서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를 지니고 있는 것, 

기준 (ⅳ) :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들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가 될 수 있는 특정 유형의 건조물, 건축적 또는 기술적 총체이거나 경관인 것,

기준 (ⅴ) : 문화 또는 특히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충격을 받아 취약하게 되었을 때의 환경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정주지, 토지 또는 해양 이용의 탁월한 사례이어야 함.

기준 (ⅵ) : 탁월한 보편적 의미를 지닌 사건 또는 살아있는 전통, 사상, 신앙, 예술, 문학작품과 직접적으로 또는 가시적으로 연계된 유산일 것,

이와 함께 세계유산 등재 시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하는 유산은 ‘진정성’ 및 ‘완전성’의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진정성은 본래 또는 역사의 과정 속에서 지니게 되는 가치에 대한 진실성과 신뢰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완전성’은 유산이 지닌 OUV를 표현하는 특성에 대해 전체와 본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유산의 보전과 관계된다. 이러한 완전성은 유산의 복원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한다. 

신라나 백제, 심지어 가야 고분군에서 찾을 수 없는 교류와 융합, 고유성을 상징하는 독무덤 및 해양신앙의 상징 남해신사, 월출산 신앙 등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꽃피운 마한문화는 가장 대표적인 세계유산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계속>

  글=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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