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근/영암읍 출생·영암중고, 목포교대, 서울교대, 중앙대교육대학원 졸업·한국초등골프연맹 경기위원(현)·초등 국어교과서 집필 및 심의위원(현)·서울월정초등학교 교장(현)
최홍근/영암읍 출생·영암중고, 목포교대, 서울교대, 중앙대교육대학원 졸업·한국초등골프연맹 경기위원(현)·초등 국어교과서 집필 및 심의위원(현)·서울월정초등학교 교장(현)

선배님들께서 들으면 가소로울 일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자꾸 생각이 많아집니다. 부쩍 어렸을 적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이 생각나고, 한때 열정을 쏟아 부었던 교직을 함께 했던 동료들도 새록새록 생각납니다. 늙어가는 길이 처음 가는 길이어서 그런지 앞일이 두렵고, 뒷일은 자꾸자꾸 돌아보게 되나 봅니다.

1970년 3월 덕진초교에 초임 발령을 받고, 2012년 2월 정년퇴직을 했으니 42년을 봉직, 서당개 3년이 아니라 42년 풍월을 읊은 셈이지요. 돌이켜 생각하니 내가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의미 있는 풍월을 읊다가 은퇴(隱退)한 것입니다. 사실 은퇴의 사전적 의미는 물러나 숨어버리는 것인데, 현실의 삶은 숨는다고 숨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웃과 관계를 맺어야 하고, 사회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년의 화두는 분명 나머지 삶에 대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나 자신에게 묻게 됩니다. 그래 오늘은 우리 어린이들이 매일매일 해야만 하는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풍월을 읊으려 합니다.

공부를 다른 말로 하면 학습(學習)이라 합니다. 학(學)은 배우는 것이고, 습(習)은 익히는 것입니다. 더욱 코로나로 인한 환경 때문에 비대면 수업이니, 거리두기 수업이니 설왕설래하는데, 어린이들의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제가 풍월을 읊던 시절에도 어린이들의 공부하는 양상이 배움만 있고, 익힘이 없는 학습 환경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어려운 형편인데도 학원에만 보내면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겠지 생각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오늘에도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분명 공부라는 것은 학습을 통해서 지식 또는 기술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배움과 익힘의 균형입니다. 다시 언급하면 학(學)은 배움이고, 외부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입니다. 습(習)은 익힘이고, 외부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억이라는 형태로 저장을 해야 하고, 가장 확실한 기억 전략은 반복이라는 사실은 교육학 원론입니다. 이러한 습(習)은 남이 결코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예습과 복습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공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 학생은 분명 예습과 복습이 충분치 못한 학생입니다. 

전 영암중, 종합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때 고등학교 교과과정은 채소원예·토양비료 등등이었습니다. 일주일에 영어와 수학은 겨우 한 시간을 넘지 않았습니다. 더욱 고3 2학기는 수업료를 내지 못해서 학교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낮에는 집안일을 돕고, 산에 가서 나무해오는 일이 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밤이면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악바리로 공부했습니다. 아침이면 코피가 툭툭 터지기 일쑤였습니다. 수학과 영어 왠만한 참고서는 거의 다 외워버렸습니다. 국어는 책읽기를 좋아해서 초중고 동안 제가 읽은 책은 엄청나서 독서량만큼은 ‘나보다 책 많이 읽은 사람 있으면 나와 봐’ 할 정도였습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익힘, 습(習)의 시간이 엄청났던 덕분이었지요. 이런 독서량 때문에 이십대 중반에 신춘문예 소설에 두 번 당선했습니다. 그 후 ‘나비 이야기’라는 동화책으로 한인현 문학상 수상, 국어 교과서 집필 심의, 국어과 학업성취도 평가출제위원, 국어과 동아전과와 수련장을, 대교 ‘눈높이 국어’ 참고서를 수년 동안 집필하기도 하였고, 서울교육연수원 인기 국어과 강사로 활동하였으며, 충남북, 여러 도시에 강의를 다녔습니다. 사실 이때는 월급보다 강의료와 원고료가 훨씬 많아서 호시절이었습니다. 더욱 이런 공로로 일본·대만과 미(美) 동부 캐나다 교육 시찰은 덤이었습니다. 지난 3월 초 어렵다는 자유로CC에서 추위에 떨면서도 올 처음 79타를 쳤습니다. 제 나이에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골프입문 초창기 1~2년 동안 레슨을 받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 한두 시간씩 연습한 덕분이죠.  이는 저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만큼 습(習)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제가 교장으로 재직했던 학교의 학생들은 ‘내공으로 실력 탄탄’이라는 공책을 입학하면 졸업할 때까지 무상으로 받아 공부했습니다. 그 공책은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집에 가서 복습해야만 하도록 고안된 공책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은 한국교육총연합회에서 월간으로 만들어내는 ‘새교실’ 기획기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 인터뷰로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17세기의 지동설은 황당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도 이 지동설은 오늘날 유치원 어린이들도 아는 사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진리가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방기(放棄)하고, 몰랐을 뿐입니다. 이는 우리들이 항상 본질에 도달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배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복습하고 익히는 데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한다면 우리 어린이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확 높아질 것입니다. 정말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인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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