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불수(覆不收). 사마천의 사기 ’ 제태공세가(齊太公世家)’에 나오는 말로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주(周) 왕조를 건국한 문왕이 폭군 주a村)가 다스리던 은(設) 왕조를 칠 수 있었던것은 강태공(妻太 公)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식이 우주 현상에 지배되던 고대에는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신의 뜻을 묻는 일이 많았다. 문왕은 어느 날 사냥을 가기 전날 점을 쳤다. 점괘는 이러했다. "얻을 것은 용도 아니요, 이 무기도 아니며, 호랑이도

아니고, 곰도 아니다. 얻을 것은 패왕이 되는데 도움이 될 사람이다." 문왕은 이옥고 사냥을 위해 산과 들을 헤매었는데

잡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위수(情 水)라는 강에 이르러 천연스럽게 낚시를 드리운 한 노인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의 낚시는 끝이 굽지 않고 쪽 펴진 민바늘이었다. 알고 보니 그역시 고기를 낚기 보다 시간을 보내며 사람을

기다렸던 것이다. 문왕과 강태공의 운명적 만남은 이렇게 이뤄졌다. 문왕은 그가 바로 점괘에서 말하는 인물임을 알아채고 자신의 군사(軍師)로 삼았다. 강태공의 보좌를 받은 문왕은 드디어 그의 아들 무왕과 더불어 백성을 괴롭히던 폭군주(約)를 꺾을 수 있었다. 한편 강태공은 젊은 시절 마씨 집에 장가를 들었지만 생업은 돌아보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책만 보았다.

이에 궁핍한 살림을 참다 못한 부인이 친정으로 돌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훗날 주(周) 왕실로부터 제나라의 제후에 책봉된 강태공의 소식을 들은 그의 부인이 찾와 다시 아내로 맞아 줄 것을 간청했다. 강태공은 말이 그릇에 물을 퍼다

땅에 붓고는 부인에게 그 물을 다시 그릇에 주워 담으라고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그릇에 담길리 만무했다.

강태공은 "해어진 부부는 다시 합치기 어려우니, 마치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과 같소"라 하면서

청을 물리쳤다. 남편이 무엇을 위해 책만 읽는지를 이해해 주지 않고, 어려울 때 자신을 버렸다가 잘 되니 찾아와 받아주기를 간청하는 부인에게 이런 비유로써 다시 받아들일 수 없음을 표현했던 것이다.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제16대

대통령 선거. 이번 선거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 워 주었다. 특히 정치인에게 정도(正 道)가

무엇인지를 가슴속에 새겨준 하 나의 계기가 됐음직 하다. 당 합당에 반대하며 가시밭길을 자 청했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네 번 의 선거패배를 딛고 대권의 꿈을 일궈 냈다. 그런 반면에 한때 40%대의 높은 지지율로 노 당선자를 위협했던 국민 통합21 정몽준 대표는 정계은퇴까지 고려할 정도로 급전직하의 위기에 처해 있다. 후보단일화에 대한 국민과의 익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댓가를 혹독히 치르면서 국민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 지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당을 떠나 자민련에 새 둥지를 튼 이인제 의원 도 영원한 패자로 기록되고 있다. 자신의 연고지인 충청권의 새로운 맹주(盟 主)로 나설 요량인 지는 모르겠으나 재기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386세 대로 한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민 석 전의원도 민주당을 탈당, 통합21에 합류하는 바람에 역시 정치적인 패자가 됐다. 또 대선 와중에 한나라당행을 선 택한 김원길 박상규 의원과 강성구 전용학 의원 등은 ‘철새’ 라는 낙인과 함께

야당의원으로 전락했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갈 之’ 字 행보를 보였던 광주 · 전남 출신 의원들도 당내 개혁세력 으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한때의 권력이나 이이을 위해 대의를 저버리는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도를 걷지 아니하고 처신이 똑바르지 못하면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지 못하는 것과

같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이번 선거는 여러모로 값진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

[사진] 문배근 본지 발행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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