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재홍 서호면 몽해리 아천 출신 ,정치학박사 ,KBS본사 홍보실장, KBS 제주방송총국장(현)

한동안 원활하던 남북관계가 북한의 핵문제로 주춤해 있는 것 같다. 북한의 핵문제는 일본과 중국등 한반도 주변 국가는

물론이고, 북한의 핵문제로 미국 등 전 세계 언론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러 한 상황 속에서 북한은 얼마전 핵시설을

재가동키로,결정함으로써 상황은 더욱 악화돼 세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필자는 지난달 말 제주 도민 북한 방문단 257명의 대표단 일행으로 6일동안 평양과 개성을 다녀왔다. 북한의 핵문제로 미국은 유류 공급중단 등의 제재조치를 취해 .한마디로 평양과 개성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평양 순안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자 순수 민간교류 차원에서

방문했던 제주도민 북한 방문단원들도 긴장된 모습들이었다. 대표단 일행 10여명이 북한민족화해협 의회 대표단의 안내를

받아 공항 귀빈실로 들어갔다. 귀빈실은 희미한 전등불 아래 온기가 전혀 없는 냉방이었다. 전기사정은 물론 공항 귀빈실조차 전혀 난방이 돼 있지 않는 것에 놀랐다. 방북

단 일행은 관광버스를 타고 평양 시내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평양

시내의 회색빛 촌크리트 고층 아파트는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거리에는 사람들 은 물론, 자동차 한대도 보기 힘든 평양의

겨울거리는 음산했다. 평양의 최고급 호텔이라는 고려호텔조차도 책을 읽기 어려울 정도로 호텔방안은 어두웠고 난방 역시

겨우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평양의 야경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불을 밝힌 아파트의 형체를 겨우 알아 볼 정도였다.

아파트마다 난방이 전혀 되지 않아 단열을 위해 외부창을 전부 비닐로 씌워 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순간 정전으로.

하룻밤만 난방이 들어오지 않아도 이틈날 아침 신문에 톱기사로 나올 정도로 아우성치는 서울의 아파트 주민들이 생각났다. 여름처럼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남한을 생각하면 추위에 떨고 있는 북한 동포들이 너무 불쌍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그 누구도 불평을 하거나 추워서 못 살겠다고 시위를 하는 일이 없다. 아니 그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사정은 모든 공공 기관이나 식당 등도 마찬 가지다. 연건평 10만평 부지에 10층 건물로 들어선 인민대학습당에는

북한의 종합도서관과 통신종합대학 등이 있다. 이곳에서도 싸늘한 추위 속에 남루한 옷차림의 북한 학생과 주민들이 희미한 전깃불 아래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또 하루 만여명이 식사를 한다는 옥류관의 대형 식당에서도 평양냉면을 냉방 속에서

먹고 있었다. 추위를 전혀 못 느끼는 둣 엶은 한복 차림으로 냉면을 나르는 북한 여종업원들이 무척 신기해 보였다.

얼마전 서울에 와 공연했던만 경대 학생소년궁전의 소년 소녀들의 공 연과 피바다 극단이 민속 공연을 했던 평양 대극장의

공연장 역시 모두가 난방이 없는 차디찬 냉방이었다. 1시간 남짓 펼쳐지는 열띤 공연을 보는 것보다 추위를 이기는 것이

더 힘들었다. 평양에서 개성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북한 주민들이 추위 속에서 들판에 나와 집단 노동을 하는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다. 또 겨울 난방을 위해 벌거벗은 야산에서 탤나무를 채취하는 농촌 아낙네의 모습을 보면서 60년대 우리의

보릿고개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상을 여러 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분단이후 50여 년이 흐른 지금, 남과 북은 그야말로 엄청난 경제적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번 북한 방문에서 우리는 얼마나 잘 살고 있는가를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북한의 핵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돼 북한과

북한 주민들을 구제하고,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한민족의 끈끈한 사랑이 계속해서 이어져서 따뜻한 북한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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