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흐르는 구슬땀을 소매 깃으로 쏙 홈치며 바위를 쳐다보았습니다.

"음, 역시." 지난번에 보았던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부처님은 웃고 계셨습니다. 가만히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더욱 또렷한 모습으로 웃고 계셨습니다. 그러더니 그 위로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서 손짓을 하였습니다. 청년에게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을 하였습니다. 청년은 넋을 잃은 둣 바라보다가 한발 한발 움직여 바위 앞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부 처님의 옷자락이며 손등을 어루만졌습니다. 숨결이 느껴지는 듯 하였습니다. 청년은 겹쳐 보이는 관세음보살님의 옷 자락을 만지려하였습니다. 그러자 관세음보살이 차츰 멀어져 갔습니다. 아주 사라져 버렸습니다. "관세음보살님!" 손 끝을 쳐다보니 바위에 있던 부처님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매일 그쪽으로 나무를 하러 가서 바위를 쳐다보곤 하였습니다. 꼭 부처님이 웃으며 반기실 것 같았습니다.

나무를 일찍해 놓고서 남은 시간은 내내 바위 앞에 앉아서 보냈습니다. 또렷이 떠오르는 모습대로 정을 대고 망치질을 해나갔습니다. 청년은 두 가지 일에 시달려 수척해져 갔습니다. 노인 은 아들을 보고 걱정을 하였습니다. "어서 장가를 가야 할텐데." 하고 긴 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날도 지게를 지고서 집을 나섰습니다. 나무를 해놓고서 열심히 망치질을 하였습니다.

"내일까지 하면 마무리가 다 되겠군." 날이 저물어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무를 내려놓으면서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어머니, 제가 돌아왔습니다."

청년은 어머니를 붙들고 몸부림쳤지만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를 양지 바른 곳에 모시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바위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다시 정과 망치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부처님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며칠째 바위 앞에 갔으나 아직 덜 된 부분의 모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시름에 잠겼습니다. 마땅히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무겁게 하였습니다. 언제까지 부처님 모습에만 사로잡혀 망치질을 했던 청년은 부처님을 염원하기 시작하였습 니다. 부처님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기를 기원하였습니다. 도저히 안 되자 낙담한 청년은 보따리 하나를 짊어지고 집을 나섰습니다. 정처없이 발 가는데 로 따라갔습니다. 오직 부처님 뵙기만을 소원하였습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 지치고 허기진 몸을 잠시 쉬기 위해 둑 가에 앉았습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깊은 명상에빠졌습니다. "여보시오, 날도 저물었는데 그 곳에서 뭘 하고 있 소." "예,잠시 쉬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서는 못 보던 시림인데 어디로 가는 길이오" "갈 곳이 없는 사람이옵니다."

지니던 노인이 일러준 곳에서 가보았습니다. 허술하고 초리한 절간이 있었습니다.

하룻밤을 묵은 청년은 왠지 그곳이 낯설지 않고 좋았습니다. 아예 눌러 살기로 작정을 하였습니다. 멀리 천황봉이 내려다보였습니다.

청년은 매일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언제 어느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을에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였습니다. 절에 생불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절을 찾았고,부처님께 하듯 예불을 올렸습니다.

세월이 홀러 청년의 머리는 백발이 성성하였습니다. 한번 잊혀진 부처님의 모습이 다시는 떠오르지 않자 그는 큰 골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그 곳에서 절 을 지키며 살았으며, 마을 사람들은 생불이 있다하여 그 절을 선불사라고 하였고, 부처가 사는 마을이라고 하여 선불리라고 불렀습니다.

수산리 선불 마을에는 절은 이미 없어졌지만,아직도 그 절터가 남아 있습니다. 또 흩어진 기와 조각이 선불의 전설을 간직한 채 이곳 저곳에 뒹굴고 있습니다.〈끝〉

〈자료제공 : 영암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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