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큰 골 기슭에 곧 쓰러질 듯한 초가 한 채가 있었습니다. 한 노인이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아주 가난 하였습니다. 노인은 끼니를 걸러 가면서도 아들을 건강하게 키워냈습니다. 품팔이를 하여 키운 아들이 이제 청년이 되어 어머니를 봉양하게 되었습니다.

"나무하러 갈 거니: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은데 하루 쉬지 그러니:"

"어머니, 걱정 마셔요. 한 짐 해 가지고 곧 돌아오겠습니다. 바람이 차니 방에 들어가셔요"

아들은 지게를 지고 산으로 갔습니다. 곧 눈이라도 평펑 .쏟아질 둣이 검은 구름이 낮게 낄려 있었습니다.

`빨리 가서 한 짐만 해 가지고 돌아와아겠군.' 청년은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그러나 가까운 곳은 겨우내 나무를 해버려서 멀리까지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골짜기를 따라 쭉 올라가야 했습니다. 청년은 서둘러 나무를 하였습니다. 청년이 바삐 낫질을 해대는 만큼이나 하늘도 더욱 어두워졌습니다. 청년은 한 짐을 베어 지고서 달리다시피 하였습니다.

그러나 곧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찌나 눈보라가 몰아치던지 앞을 분간할 수가 없었습니다.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마침 큰 암벽이 있고 그 밑에 작은 굴이 보였습니다. 얼른 가서 짐을 벗어두고 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눈은 계속해서 휘몰아치고 있었습니다.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낫으로 땅을 두드리고 흥얼거리던 청년은 그만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긴 잠에서 나를 깨워주다니, 이런 고마울 데가 있는가:"

청년은 안개에 휩싸여 하늘로 오르는 관세음보살님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의 황홀한 모습에 젖어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주위가 엄습하자 청년은 깜짝 놀라 깨었습니다. 눈이 부셨습니다. 조금 전까지도 그렇게 휘몰 아치던 눈보라는 어느새 그치고 햇빛이 온 골짜기를 내리비치고 있었습니다.

청년은 굴에서 나와 사방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직도 구름에 쌓여 있는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였습니다. 청년은 만물이 온통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으로 비치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저것은:"

사방을 둘러보던 청년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이제까지 무심히 보아오던 그 암벽에 부처님께서 인자한 모습으로 웃고 계셨습니다.

"전에는 결코 보지 못했었는데……"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 다리가 떨리기까지 하였습니다. 나뭇짐을 짊어지고 내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슴에서는 방망이질을 하고 두 다리는 벌벌 떨리기까지 하였습니다. 발이 허공에서 떠도는 것 같았습니다.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

"어찌하여 이제 오느냐,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하여 무척이나 걱정했구나,"

"무슨 일이라니요, 제가 누군데요: 어머니 아들이잖습니까: 그런데, 어머니 !" 숨을 헐떡이며 산에서 있었던 일과 본 것을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그것 참 이상한 일이구나, 그렇게 올라 다녔어도 이제까지 보지 못했는데…" "제가 분명히 보았는걸요:"

''날씨가 좋지 않고 허기가 져서 네가 헛것을 보았거나 잘못 본 모양이구나:

"어머니도, 참 뭘 잘못 보다니요,그럴 리가 없어요"

청년의 눈에는 구름에 휩싸인 관세음보살님과 웃고 계시던 부처님 모습이 번갈아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날이 새자마자 청년은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재빨리 나무를 해서는 짊어지고 그 바위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혹시 어제 자기가 잘못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분명 부처님 이었습니다.〈계속〉

〈영암문화원 제공〉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