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음악 소리에 귀가 열리고 내 두 눈은 끝이 없어 보이는 길을 발견했다. 나는 왜 이 길에 서성거리고만 있는지 그에 대한 해답을 발견하고 싶다. 자물쇠로 잠겨진 마음의 문을 얼른 열어야 하는데 아직도 열쇠를 찾고 있다. 그 열쇠를 찾으려고 걷고 또 걸어 온 세월이 벌써 18년이다.

내면의 길을 비춰주는 거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힘껏 문을 밀었다. 팔이 저리고 온 몸은 땀으로 홈백 젖은 뒤에야 가까스로 문이 열렸다. 그리고 여러 갈래의 길이 보였다.

나는 바음에 드는 길 하나를 따라서 조심스레 걸었다. 한참을 가다가 깜짝 놀랐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중간 중간 길이 끊기기도 했고,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갑자기 나타난 꼬부 랑길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처음에는 초행길이었던 탓인지, 얼마가지 못했다. 그렇지만 하루가 지날수록 걸을 수 있는 길이 더 생기게 되었다. 길 위에 놓여져 내가 가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무너뜨리는 돌까지도 새로운 시선으로 보았으니 말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아픔을 꾹 참고 다시 일어났다. 걸림돌을 깊게 생각해보면 신기하게도 디딤돌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나는 자신감이 강해졌다. 잘 모르는 길이라 해도 가만히 자리를 지킬 수는 없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한 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내게 주어진 길을 꾸준히 걷고 싶다. 때로는 젖먹던 힘을 다해 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단거리보다는 장거리 육상선수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지는 않겠다. 버스가 정류소 앞에서 서는 것 처럼, 그 동안 내가 걸어온 길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점검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버스는 벨이 울리면 반드시 가던 길을 멈춘다. 그처럼 나 또한,누군가 내 벨을 눌러주면 잠시 정지해서 쉬었다가 새로운 마음으로 교체하고 다시 걸어갈 것이다. 힘이 부족하다 느낄 때에는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얻고,상처가 났을 때에는 정비소에서 고치면 된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오직 한 가지 길을 끝까지 고집하며 서 있고, 그렇가 때문에 존재한다. 황량한 사막의 길이 아닌, 푸르른 산림이 울창한 이 길에….[사진].

임은미 (영암여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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