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란 존재를 잃어버렸다. 나의 바로 옆에서 숨을 거두는 아버지를 보았을 때 머리 속은 텅빈 하늘, 보이는 건 아버지의 얼굴, 흐르는 건 눈물뿐이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너무 무서운 존재였다. 모든 사람들이 아버지를 무섭게 생각했다. 집에서는 아버지에게 한마디도 못했다.

아버지의 말씀이 곧 법이었다. 아무도 아버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꼭 한 나라의 독재자 같았다. 그런 아버지였다. 그렇게 무섭게만 보이던 아버지였다.

어느 날,야버지가 피를 토해 내시면서 쓰러지셨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불길한 예감이 감돌았다. 아버지는 그날로 병원에 입원하셨다. 어머니는 아버지 병간호로 병원에 계셨다.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처럼 조용하고 고요했다. 나는 그때부터 세상 모든 신에게 기도를 했다. 전 같으면 우리 집이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을 텐데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테니 아버지 병이 빨리 나아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 해달라고 기도했다.

몇 주가 지나고,나는. 아버지가 계신 병원에 가게 되었다. 아버지는 많이 아프셔서 중 환자실에 계셨다. 면회는 하루에 한 번 뿐이었다. 또 그냥 들어갈 수도 없고 하얀 옷을 입고 소독도 하고 들어가야 했다. 나는 산소 호흡기를 꽂고 무의식 없이 눈감고 있는 아버지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보았던 아버지가 정말 내 아버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버지는 힘들어 보였다. 그때 내가 가장 후회한 것은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라고 한 번 불러 보지 못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아프신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는 가을 날,병원에서 환자를 집으로 보낼테니 준비를 하라고 전화가 왔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마음은 초조하기만 했다. 아버지가 드디어 집에 오셨다. 아버지는 응급차에 실려서 산소호흡기를 꽂고 오셨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꽉 잡고 아버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나를 보고 계셨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셨다. 나도 아버지를 보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순간 아버지의 미소를 보고 희망을 보았다. 그런데 신은 끝내 우리 가족을 도와주지 않았다. 몇 분이 지나고 아버지의 숨이 가쁘더니 갑자기 심장이 멈췄다.

나는 그때서야 '아버지'라고 부르며 울었다. 아버지를 부둥켜 안았다. 아버지를 도저히 하늘나라로 보낼 수가 없었다. 가슴이 아파 나마저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그날로 아버지는 나를 멀리하고 떠나셨다.

"사람은 말이야… 그 아이를 세상에 남겨 놓은 이상은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

가시고기라는 책의 마지막 구절이다. 나는 이 구절을 믿고 있다. 내 아버지도 나를 세상에 남겨놓고는 내 마음속에 아직 살아 있다고 말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나에게 지어주셨던 미소처럼 세상에는 희망만 보일 거라고 믿는다.[사진]정경미.

정경미 (시종중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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