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의 낯선 '길을 벗어나 풀무지령이 무성한

낯익은 잡초 길을 풀무치 합소리에 발맞춰

팔자 걸음으로 걸어가노라면

어느덧

고향의 정취로 감싸여 있는 사무실에 도착한다

의자에 앉아

끝없이 넓고 높아 한없이 푸르고 무량한

가을하늘을 바라보면

선 굵은 월출산이 파아란 가을하늘을 가름하고

설 다듬어진 톱날 갈은 이빨을 드러내며 우

뚝 서있다

성 냄새에 매료되어

혼자만의 시각을 즐기기 위해

무작정 걸어가는 발걸음은 날아갈 것 같고

도회지의 공해에 찌든 내 몸의 감각이

이제야 정상적인 리듬을 타는 것 '같다

산기슭을 따라 무성하게 퍼져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억새풀은

가을걷이의 해결사 콤바인 속으로

빨리는 누런 황금물결의 벼에게

아쉬운 작별 인사를 고하듯이

손을 흔들며 산들거리고 있다

아! 그리운

월출이여 월출산이여

내가 지금에야 너를 찾고 앗음은

그리운 내 젊음의 체취가 아직도 거기에 남아있기 때문이라오

난 네가 있음에 한껏 멍-한

가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을…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면

너는 또 하얗게 안개 이불올 뒤집어쓰고 긴밤 새면서

닝주고을을 지키고 있다가

이튼날

눈부신 햇빛을 입안에 머금고 안무하면서

가벼웁게 산수화를 그리 듯이 자욱안 안개를 거두어 가는 것을

난 너의 신비한 섭리에 반해 널 한없이 아끼고 사랑한다오

박정호 *군서면 출신,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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