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바 야흐로 가을이다. 이곳 저곳에서 풍성함을 이야기하는 이 즈음 한 가지 의미 깊은 얘기하나 해야겠다. 바로 일본의 정치 · 경제와 관련된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은 국민당 5명에 1명 꼴로 시민 단체에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의 어느 도시를 가나 시민단체가 무려 100 개에서 200개를 넘는다. 이렇게 일본의 시민문화가 활성화된 이유는 일본의 정치인들이 문화에 대해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 연유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일본의 한 국회의원의 비서가 한 날 한 시에 두 가지 모임이 있었는데 이를 이 국회의원에게 보고했다. 하나는 경제인 클럽 모임이었고 또 하나는 소규모 시민단체의 모임이었다.

'이 보고를 받은 국회의원은 어느 모임에 참석했을까. 일본에서도 왜 경제인 클럽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이 없겠느냐만 이 국회의원은 소규모 시민단체의 모임에 참석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소외되어 있는 각종 단체에게 관심을 갖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아무래도 일본보다는 좀 부족한 둣 싶다.

얼마 뒤 나는 사석에서 그 국회의원에게 왜 작은 규모의 시민단체 모임에 갔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국회의원이 말하기를 "경제인들은 우리가 지원을 하지 않아도 그들 자력으로 운영이 가능하지만 소규모의 시민단체는 우리가 지원하지 않으면 단체를 꾸려나가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문화 시민단체를 지원하기에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 국회의원은 한나라의 문화예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한국의 정치 · 경제인들은 이점에 대해서 한 번쯤 뒤돌아 봐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정치 · 경제인들도 불철주야(不撤晝夜) 소외된 문화예술계에 도움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보다 더욱 더 시민단체와 문화예술계에 한국의 정치 · 경제인들은 관심의 손길을 뻗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일본의 기부문화는 왕성하게 활성화되어 있다. 일본의 정치인들은 구석구석에서 열리는 작은 문, 화예술행사의 정보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02년은 한· 일 국민교류의 해다.

한 · 일 공동개최된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해이기도 하다. 한국의 국민들은 이에 더욱 탄력을 받아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서 누누이 언급한 정치문화와 함께 경제 · 사회 · 문화예술 등이 변화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 교류의 몫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 정치 · 경제 · 문화예술의 교류에 관심을 기울이자. 그것만이 새로운 한 · 일간의 문화가 아름답게 만나는 길이다.[사진]강성재.

강 성 재·한 *일문화교류센터 대표·시종면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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