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스미는 찬바람이 초겨울을 생각나게 한다. 무더위에 홍수까지 겹쳐 짜증났던 여름은 이제 흔적도 없다. 계절이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가을 단풍이 북쪽에서 내려와 남으로 지금 한창 번져 가고 있다. 울긋불긋 채색된 아름다운 단풍철. 이때 쯤 되면 우리는 모두 철없는 이이들처럼 동심으로 돌아간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이 되면 왠지 쓸쓸하고 허무한 느낌 속에 자연에 대한 그리움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들의 공통된 정서다. 주말만 되면 설악산, 내장산,월출산 등 전국의 국립 공원 유명산은 몰려드는 등산객들로 수를 놓는다. 시간만 허락되면 사람들은 산에 오르고 자연을 벗삼아 세파에 시달려 거칠어진 심성을 부드럽게 하고 스트레스도 푼다. 또 저물어 가는 한해를 아쉬워하며 단풍놀이를 즐기곤 한다.

해마다 단풍철만 되면 필자는 고향 영암의 월출산을 생각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던 60년대 보릿고개 시절이다. 당시는 겨울 난방을 산에서 해온 나무와 낙엽, 볏짚 등으로만 해결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월출산 밑 야산에 올라 대나무 갈퀴로 낙엽을 긁어모았다. 소나무에서 떨어진 노란 솔잎과 참나무, 떡갈나무의 낙엽을 망태에 가득 담아 양쪽 어깨 위에 힘들게 매고 집에 돌아 와야 부모님의 칭찬을 받았다. 야산에서 갈퀴로 모은 낙엽들은 망태에 담겨 소녀들의 머리 위와 소년들의 어깨로 운반되어 아궁이의 중요한 땔감으로 사용돼 겨울 내내 온돌방을 따뜻하게 했다. 이제는 고향의 농촌도 연탄 아궁이에서 기름 보일러로 바뀌었다. 가을 낙엽을 탤감으로 채취했던 그 시절은 이제 옛날의 추억으로 그리워질 뿐이다. 우리가 잘 살아 탤감으로 낙엽을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인가: 그래서 비좁은 국토가 그나마 황폐되지 않고 잘 보존되었다. 단풍의 아름다움을 자랑할 수 있는 전국의 유명산 국립공원 가운데 고향 월출산의 위용도 오늘까지 잘 지켜온 것은 정말 큰 다행이다.

국가가 자연 경관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보호 관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연 자원이 특별히 소중하여 보존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훼손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모든 국민은 이러한 국가의 결정을 존중해 그 경관을 훼손하지 말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국립공원은 결코 놀이터가 될 수 없으며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곳의 생물 자원들은 보존되어야 한다. 국립공원의 자연 훼손과 파괴는 단순한 계몽과 선도 , 국민 의식 구조의 개조에만 의존하기에는 역부족알 만큼 위기에 처해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사법권이 부여된 공원경찰제도를 도입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감독 감시체제를 확립해야한다. 한번 파괴된 자연은 결코 원래 모습대로 쉽게 복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그저 한 세대동안 빌려쓰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공유자산임을 명심해야 한다. 가을 단풍이 빨갛고 노랑게 물들어 가면서 가을철 행락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가을철이 되면 전국의 국립공원들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엄청난 관광객들 때문에 더욱 큰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로 인해 훼손되는 상처가 극치에 달한다. 단풍철 국립공원을 잘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립공원 공유자산을 차세대 후손들에게 기쁘게 물려줄 수가 있다.[사진].

윤재홍·서호면 몸해리 아천 출신·정치학박사·KBS 홍보실장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