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떠난 후에

그 분 오시면

마지막 가을까지 기다리다

떠났다 전해주어요

새벽을 누르는

서슬퍼런 찬 공기 뼈 마디마디 를 녹이고

내리는 빗줄마저 적셔줄

머리카락 한줌 없는 장승처럼 버티다

꽃대궁마다 아름드리 붉게 묶어둔

목마르게 안타까운 그리움들

고리 없는 빈 하늘 빈손으로 걸어두다가

차마 마주할 수 없는 모습이라

떠났다 전해주어요

삶과 죽음은,문 하나 차이

그러나 만남은 기약도 없는 기다림으로

나 스스로 걸어와 버려 닫혀진

시간의 문을 어찌 열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당신의 분진만을 남겨둔 채

살과 뼈가 풍화되어 떠났노라

전해주어요 [사진]공보영.

공보영 · 미암면 채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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