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맑은 하늘, 눈부신 햇살을 보니 마음 이 뭉클하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과 흙내음, 풀내음, 시골의 평화스러움을 벼를 베 는 농기계 소리만이 한 낮의 적막을 깬다.

난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싼 시골이 좋고, 내가 정착한곳, 마음에 여유를 찾은 이곳,금정이 좋 다. 내 나름대로 결정 내리고 시골로 귀농한지 2년 6개월이다. 시골이란 곳은 욕심도 야망도 한겹 접게 한다. 내가 애들 교육에 너무 등한시 하는 건 아닌지 가끔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도 앞선다. 점점 나태해지고 게으름을 피우는 초등 학교에 다니는 5학년 딸 때문에 잔소리만 늘어 간다. 점점 노는데 익숙해져 버리지 않을까: 노 심초사 걱정이 된다.

변변한 학원하나 갖추어 있지 않은 이곳은 교육환경이 너무 열악하여 긴장감이나 경쟁과 는 무관한 생활에 자칫 나태해지기 일쑤다.

도시에서나 볼 듯한 과외수업이니 속셈학원 이니 영어학원 등 다람쥐 쳇바퀴 돌 둣 사교육 에 치우치는 도시의 혹독한 엄마들처럼 되고 싶진 않았다. 사교육에 온통 열을 올리고 그저 비싼 돈을 주고, 학원을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 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부모 님들이 이해가 안되고 답답하게 보일 때가 있 었다. 하지만 딸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집에 서 하는 학습만으로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공부만 잘하면 인정받고 모범학생쯤으로 생 각하는 우리의 사회 풍토가 나의 가치관을 혼 란스럽게 한다.

도시의 아이들과 비교가 되고 내 아이가 뒤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조급해 하면서 한편으 론 이런 내 자신이 부끄럽고 서글퍼진다.

가정학습이 나름대로 이루어지고 내 눈 높이를 아이들의 눈 높이로 맞추어도 보지만 내 자식에 대한 작은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도시의 생활을 엿보면서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기에 나의 욕심이 넘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근데 사 람이란 묘하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현실 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살텐데 그러지 못하고 욕심도 부려보고 경쟁도 해보고 야망도 가져보 고…. 그래야 발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곳은 지역 특성상 농촌생활이 바쁜 탓에 유별나거나 극성스런 엄마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좀처럼 욕심이나 야망이 없는 맑고 순수한 아이들을 부며 내가 너무 조급해 하는지도 모 르겠다. 그저 잔잔히 고여 있는 물처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이곳의 아이들, 욕심이 없는 이곳 의 아이들에게 원하는 진정한 무지개 빛 꿈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원하는 무지개 빛 꿈을 키워주기 위해 나의 잘못된 교육열풍에 얼굴이 붉어진다. 맹목적인 교육열과 넘치고 빗나간 자식사랑에 나 또한 젖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새 학기 시작한지 엊그제 같더니만 어느새 2학기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들엔 벼 수확이 한창이고 우리 가족이 귀농 한 지 세번째 맞는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 왔다. 어린 모들이 자라 금새 초록 물결로 출렁거리다가 노오란 물결을 거두어 들이 둣이 계절은 또 어김없이 바뀌고 있으며 뜨거운 태양아 래 우리 아이들의 꿈도 곡식처럼 알알이 잘 여물기를 기원해 본다.

김경옥 (금정면 아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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