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꼭이요" 하는 TV광고가 한때 화제였다. 돈이 곧 바로 행복의 척도는 아니지만 요즘 세상 에서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행복의 필요 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돈을 많이 벌고 부자가 되는 일 은 누구나 당연히 추구해야 마땅하고 그 런 노력은 칭찬받을 일이다. 행복추구권 은 헌법상 기본권 아닌가.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돈 가진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아직 밑바닥에 깔려있다.

21세기를 맞아 우리나라가 정말 부자 나라가 되고 TV광고의 축원대로 모든 국민들이 다 돈을 많이 벌어 잘 사는 길 로 가는 지름길은 이같은 이중성을 극복 하는 일이라고 본다.

부자를 적대하면서 자신은 부자가 되 기를 바라는 일이 과연 가당한가. '사돈 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고 '배고픈 것 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 참는' 정서를 H}꾸지 않고는 더 이상 사S:발전과 경제 성장이 어려우리라고 본다. 이런 정서가 형성된 데는 나름의 배경과 그럴만한 이 유가 물론 있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 다. 이제 눈을 크게 뜨고 모두가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 부자가 된다. 어떤 경위로건 부자가 된 사람을 일단 인정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마음으

로부터 축복해 줄 수 있으면 좋고 그럴 마음까지 안 생기면 일단 욕은 하지 말 자. 자기 힘으로 부자가 된 사람에겐 운 이건 노력이건 남이 잘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평가해주어야 자 기가 부자가 되었을 때 같은 대접을 받 는다. 많이 억울(:) 하더라도 부자를 인 정해서 좋은 까닭은 아직 부자가 못되었 다고 실망할 일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 다. 이제 부자 되기가 옛날과 비교할 수 없이 쉬운 세상이 되었다. 실례를 보자. 전통 농업사회는 물론 20세기 산업사회 에서도 돈버는 원리는 비슷했다. 남다른 의지를 갖고 먹고 입는 것까지 아끼는

근검절약을 통해 초기자본을 축적한 다 음 유망한 분야에 투자해 남보다 더 열 심히 일하고도 운이 따라야 부자가 되는 것이 대개의 공식이다. 미국의 록펠러, 카네기 같은 부자나 우리나라의 이병철, 정주영 같은 재벌들이나 다 비슷하다. 시장의 한계와 자본증식의 속도 때문에 이들이 사업을 시작해서 큰 부자가 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무리 짧아도 10년,길게는 30여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홈이 없을 수 있었겠는가. 노동착취, 탈세, 불공정거래 등 정도의 문제일 뿐 사회적 비난이 따랐다. 이와 대조되는 것이 21세기형 부자다.

그 대표 모델이 미국의 빌 게이츠다. 현 재 세계 최고 부호인 그는 대학중퇴 학 력의 무명 벤처사업가에서 불과 몇 해만 에 세계의 갑부가 되었다.

어떻게 가능했는가. 세계화라고 불리 는 경제통합의 흐름과 인터넷 환경의 상 승작용 덕이다.

시장규모가 갑자기 커지고 자본증식 속 도가 거의 빛의 속도로 빨라진 때문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과거의 부자들처럼 '나 쁜짓' 할 새도 없이 빌 게이츠처럼 남에게 덕을 베풀어 가면서 단기간에 부자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부자 되기가 쉬 운 만큼 망하기도 쉽지만 어쨌든 돈버는 길과 속도는 넓어지고 빨라졌다. 이런 판 에 돈 좀 번 사람의 과거를 시비하며 속을 끓일 시간이 어디 있는가. 그럴 시간에 주 변에서 돈 될 아이디어를 찾아 자기가 '깨 끗한 부자'가 되는 것이 빠르고 속 편하다. 무엇보다 남을 미워하는 심리 상태로는 결 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래도 '악당'들이 부자된 것을 못참겠다면 방법은 한가지. 이제부터 그들 이 법을 잘 지키는 가를 철저히 감시하면 된다. 제 버릇 못고치는 20세기 부자는 21 세기엔 망하게 되어있다. 그래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면: 부자를 욕하면서 평생 가난하게 사는 길 밖에 없다.

문병호 영암읍 장암리 출신 중앙일보 편집국장 대리 중앙일보 j&p 대표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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