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놓고 잠사 생각에 잠긴다. 환혼기에 접어들어 나는 취미로 글을 쓰고 서예를 하고 서각을 친다. 칼맛 붓맛 손맛을 풍기면서 작품에 몰두할 때마다 무아지경에 이르며 신비의 세계에 젖어든다.

각을 치면서 나무마다 나이 바퀴를 휘어감고 흐르는 문양과 나무의 빛깔 은은하게 풍기는 나무 내음새에 매료되고 서예를 하면서 하얀 화선지에 선율을 타고 흐르둣 멋있게 뻐쳐가는 글씨체와 묵힘에 취한다.

비록 생명이 없는 물체이지만 나무에 각을 치면서 칼끝마다 내 생명을 넣어주고 글씨를 쓰면서 붓끝마다 내 혼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의 생 명이라고 생각을 한다.

이 복잡한 사회속에서 유유자적한 나만의 시간, 혼자 책을 읽는 이 시간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다. 맹목적인 외출, 겉치레의 흐름에 표 류되어 아까운 시간 낭비하면서 내 인생을 헛 되이 살지 않고 노년을 멋지게 가꾸고 싶다 취미란 물질적 여유가 아니라 넉넉한 마음의 여유이며 정서가 무르익어 풍기는 향기라고 할까. 나는 취미생활을 통해 삶의 불만과 짜증을 남편과 자식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해소를 시킨다. 취미란 그냥 즐기는 것이므로 야 망도 탐욕도 버리고 언제나 마음의 여유로 즐 길 수 있는 순수한 것이 아닌가.

그러기에 취미생활을 할 때의 마음은 맑고 아름다우며 그 아름다움은 겉으로도 배어 나오지 않을까. 또한 짧은 시간에 별 비용도 들지 않고 정신과 내 마음을 맑히며 계속 즐길 수 있는 휴식처이며,갈등과 불만을 해소시킬 수 있는 삶의 윤활유가 아닌가.

나는 취미 생활을 하는 젊은 여성들을 보면 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남편과 자식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달프고 바쁜 생활속에서 시간을 쪼개어 취미생활을 하며 자기의 존재 를 남편과 자식에게서 얻어내려 하지 않고 취 미를 통해서 '나' 를 찾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은 얼마나 멋진 여성인가.

옛날의 현모양처란 살림만 잘하는 여성이면 된다고 생각하였지만 오늘의 현모양처는 짜임새 있는 살림하면서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와 자신의 인생도 멋있게 가꾸어 나가는 여성이 현모양처라고 생각한다.

살림에만 묻혀 살다보면 결국에는 남편과 자식에게서 희생한 만큼의 댓가를 원하게 되고 그 만족을 얻어내지 못할 때에는 삶은 공허해지고 말 것이다.

나는 취미생활을 하게 된 것을 하나도 후회 하지 않는다. 취미는 건전한 생활이며 아름다운 정신세계이자 나의 표현이기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 정진할 계획이다. 취미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취미로 대성을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완벽한 작품의 완성보다 부족한 여백을 채 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내 여생을 더 아름답 게 장식해 줄 것이며 쉬지 않고 하노라면 멋 진 예술이 탄생하리라 믿는다. 오늘 하루도 힘든 생활이지만 나 자신만의 여유와 정신세 계를 갖기 위해 글쓰기 붓놀림,칼놀림을 계속하면서 남은 생애를 아름답게 장식하며 미숙한 작품이지만 자손들에게 내가 세상에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 싶다.

박원숙 (영암읍 남풍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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