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다방에는 다방의 나이만큼 닳아진 탁자에서 사람보다 먼저 화랑표 성냥이 기다리고 있었네 주홍 불꽃 온기 속에 그림움조차도 따스하게 밀려왔었네

뿔을 잡고 이마를 제 미간에 비벼대면

커다란 맑은 눈 꿈적거리며 장난치던

누렁이의 쇠죽을 쓸 때도

볏집이며 솔잎을 태워

눈물 반 곳물 반 가마솥밥을 지을 때도

여름밤 모깃불을 피우거나

마당을 어질러 놓은 가을 낙엽을 태울 때도

할머니의 곰방대에 봉초 채워 불 붙혀 드릴 때도

대보름 쥐불놀이 꾸러기들의 놀이터에도

빨간머리 화랑표 성냥은 어디에나 있었네

스파크 라이타 광고를 문신한 채 21세기. 낯선 시간 위에 이방인처럼 쪼그리고 앉아있던 화랑표 성냥

불꽃처럼 심장을 4쳐가는 섬광(閃光),

하회탈 같던 아혼 일곱 할머니의 웃는 얼굴이 문득

김연숙(영암읍 회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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