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친 구의 생일 파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교통사고가 났는지 큰길 한복판에는 자동차 서너대가 무질서하게 서있고, 건너편 길가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궁금해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사람들 틈새로 끼어 들었습니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아저씨가 한 아주머니에게 고래고래 악을 쓰고 삿대질을 해대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습니다.

"여자가 말야, 집에서 빨래나 할 일이지 운전도 못하는 주제에 차는 뒷 하러 몰아."

"옛날 같으면 집구석에 쳐박혀 있어도 시원찮을 것들이 세상 좋아진께 다나와 가지고 꼴값 들을 떨고 다녀요, 꼴값들을……

서룬 운전 솜씨 때문에 곤란한 지경에 빠진 듯한 아주머니는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당하고만 있었습니다.

나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너무나 화가 났습니 다. 힘없는 아주머니가 한없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잠시후 세워둔 차를 살펴보던 어떤 아저씨가, "백밀러만 살짝 스쳤지 괜찮은데 뭘." 하고 나서며 단순한 접촉사고니 서로 화해하면 그냥 가도 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한풀 꺾인 폭언쟁 이아저씨는 그래도 무엇이 못마땅한지 ‘여자가 말이야’라는 말만 계속 되풀이했습니다. 문득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시사 프로그램이 생각 났습니다. 남편에게 날마다 무시당하고 온갖 폭행을 당하며 살았던 부인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발 하는 여성 학대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어떻게 연약한 아내를 마구 때릴 수 있을까. 그 때는 설마 했었는데, 여자 이기 때문에 철겨히 무시당하고 있는 아주머니 모습을 지켜보면서 는 성차별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 여동생만 해도 그렇습니다. 동생은 무척 명랑하고 활동적인 성격이라서 친구들과 어울 려 놀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 골목길은 늘 신나게 뛰어 노는 이들 목소리로 활기가 넘칩니다. 그러나 동네 어른들께서는 사내자 식도 아닌 계집애들이 왜 저렇게 날뛰고 노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야단을 치십니다. 남자는 뛰어 놀아도 되고 여자는 양전해야 한다는 그룻된 생각 때문에 여자 애들은 뛰어 노는 것조 차도 어른들 눈치를 살펴야 합니다.

남자만 귀하게 여기던 뿌리깊은 남아선호 사상이 요즘은 많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주머니와 여동생이 대기기 때문에 부당하게 받은 차별 현상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습 니다. 수많은 임산부들이 딸은 지워버리고 오직 아들 하나만 낳아서 키우려고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만약 모든 임산부들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 집은 딸만 둘입니다. 그래도 엄마, 아빠는 아들을 바라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 어날 때부터 평등하며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 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뱃속의 태 아가 여자라는 이유로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하 게 하는 그런 끔찍한 성차별을 나와 동생은 받 지 않고 자랐습니다.

남녀 차별 없는 세상을 말이나 구호만으로만 들 수는 없습니다. 집집마다 아빠들이 먼저 실천해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여자 입장에서 할머니와 임산부들이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것이 양성 평등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조고운 영암초등학교 5학년 3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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