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대기 2일째

일요일이 밝았다. 날씨는 화창하고 바람은 가라쓰 항에서 정박지로 불어 오고 있다. 어제의 상황과 달라질 것 이 없는 지루함의 연속에 늦잠을 자야 하겠다는 기대와는 달리 엉뚱하게 새 벽에 눈을 뜨고 말았다. 가라쓰항에 서는 낚시배로 보이는 작은 어선들이 선단을 이루며 넓은 바다로 빠져나가고 있다.

일출을 보며 갑자기 가족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가슴과 배 사이의 명치가 빈것 같이 속이 허전해 온다! 핸드폰을 들었다가 오늘이 일요일임을 상기하고 늦잠 자겠거니 생각이 들어 세면장으로가 모처럼 면도를 하고 나니 개운하였다.

오전 10시쯤, 멋지게 생긴 요트 1대 가 우리에게 접근해 온다. 무슨 좋은 일이 생길까. 뭐가 됐든 너무나 반가워 모두가 요트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환영했다. 그들은 가라쓰 시청의 요트 회원들로 공무원 3인과 가라쓰 신문 기자 1인이 채바다 대장과의 친분으로 우호 방문하였다.

공무원들로 구성된 요트 회원이라고 소개를 받고, 같은 공무원으로서 부러움을 느끼며 그들이 선물로 가져 온 캔맥주 2박스를 나누어 마시면서 탐사에 대한 그들의 소감도 듣고 기 념촬영도 하면서 서로의 우호를 다졌다. 기자는 기사거리 확보에 참으로 순발력이 뛰어나다. 광주매일 이영규 차장은 즉시 인터뷰를 요청했고 정한 진 차장은 인터뷰 장면 촬영기록에, 서찬석 람사대원, KBS 카메라팀도 촬 영에 열중이다.

옆에서 들어보니 떼배를 가리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다. "가라쓰시와 여수시가 자매결연 도시로 요트로 여수에서 이곳(가라쓰)까지 항해 한 바 있으나 떼배를 보고 고개를 좌 우로 흔들고 웃으면서 감탄하는 표현 으로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30여분 후 내일 환영식 행사에서 다시 보기로 약속하고 그들은 돌아갔다. 채바다 대장이 모두에게 들리도록 이 기인 실장을 불러 오후에 성과에 대한 선상 세미나를 갖자고 지시한다.

오후 3시경 탐사대 서로가 기년촬영 을 가진 후 이름도 거창한 선상 세미 나가 소집되었다. 채바다 대장 인사말 씀에서 대원들의 고생에 대한 격려도 없이 처음부터 이 무슨 뚱딴지같은 말 씀을 하는지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올 라와 더는 듣고 있을 수가...... "중간생

략" "이하생략" .

김덕주 선장의 중재로 일단 좋은 방 함에서 마무리 됨.

0 4월 16일 월요일 맑음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밝았다! 아침 9시 해운사에서 연락이 왔다. 당 초 일본 후쿠오카 출입국 관리요원이 앙카. 지점으로 나와서 입국수속을 하 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후 2시에 연 화호와 왕인호가 모두 수속을 마치고 행사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 환영행사 참석차 어제 일본에 온 이진 과장의 확인이 필 요하여 전화 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이 과장과 통화가 되어 확인한 결과 입국수속을 먼저 마쳐야 한다는 것' 이다.

이에 무의미한 이틀간의 해상 대기 불평하고, 즉시 해운사에 연락 가' 장 빠른 시간 내에 입국수속이 되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하였다.(당시 전화를 받은 자가 누군가를 정확히 알지 못하 지만,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고 하는 불평 등은 해운사의 근무자로서의 소 앙이 아님을 지적하고 넘어간다.)

최종적으로 라쓰시에는 출입국 관리기능이 없어 12시에 후쿠오카 출입국 관리요원이 가라쓰 항으로 나와 입국수속 절차를 받기로 결정됐다.

12시 라쓰 항에 입항하자 후쿠오카 출입국 관리요원 4명이 연호에 올라와 입국심사와 세관조사를 정밀 하게 실시한다.

특별한 일에, 특혜조치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들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연화호 내부를 살펴본 그들로서는 불안한 심정이 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국심사를 실시하고 있는 사이 환영식이 오후 3시로 예정되어 있음에도 취재가자들을 중심으로 환영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왕인박사호 입항 한두 시간전부터 가라쓰 항에 포진해 탐사단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취재경쟁 을 벌이는 일본의 요미우리, 아사히, 서일본신문, NHK 등에서 파견된 50여 명의 취재진, 후쿠오카 송민수 총영사관과 이남교 영사의 각별한 관심 속에, 손에 손에 태극기와 일장기를 든 오오시마 유치원생, ‘어서오세요’ 한글 현수막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들고 나온 가라쓰 해상기술고등학교 학생들, 가라쓰 항 진흥회원은 물론 한.일 교 류 민간단체인 현해인 클럽, 재일거류 민단 사가현 본부 회원, 지일 교포 등 500여명이 몰려들어 탐사대를 환영했다.

입국심사를 마친 대원들도 취재, 촬 영, 행사대비 등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영규 차장의 행보가 돋보 인다. 일본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에 적극 응하면서 상대를 취재 대상으로 삼아 인터뷰까지 병행한다. 정한진 차장이 환영인파가 모여있는 장면을 항구 밖에서 잡아야 그림이 좋다면서 이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여 연화호는 움직이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LG전자 동경지사에서 홍보차 가라쓰 항에 출장 온 서동희 씨를 통역으로 가라쓰 시청 지역진흥과장 기타지마 마사노 부에(焉正信) 씨에게 항 우측 어항에 정박된 작은 어선 임대를 요청하였더니 적극 협조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어선 주인의 무료봉사로 우리 취재단 모두가 승선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늦게나마, 도와주신 모든 이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계속〉

[사진]‘왕인호’ 떼배가 이틀간 해상에서 대기한 후 입국수속을 위 해 가라쓰 항에 입항하고 있다.

가라쓰 시민들이 태극기와 일본기를 들고 ‘왕인호’ 떼배 탐사대원들을 향해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

이정훈 영암군 기획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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