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중이던 미군 장갑차가 길가던 여중생 2명을 치어 숨지게 한 의정부사건이 계기가 되어 반미감정이 다시 고조되고 있 다. 감정적인 대응은 어느 경우에나 바람 직하지 않은 만큼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해 격앙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하나 미군, 나아가 미국의 한국과 한국인을 대하는 자세나 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바로잡는 노력은 반드시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무엇보다 앞서야 할 것은 미국을 바로 보는 시각이다.

해방이후 반세기 넘게 미국과 텔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맺어오면서도 정작 한국 인들은 미국을 잘 모른다. 극단의 미국 숭배나 반미는 바로 그런 표현이다.

어느쪽도 실제의 미국을 바로 본 적절 한 태도가 아님은 물론이다. 미국은 실은 하나가 아니다. 지리적으로도 인종적으로 도 문화적으로도 정치.경제적으로도 다앙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태평양과 대서양 두 대양 사이에 걸친 국토는 넓이가 유럽의 1배반이 넘고 기후도 다양하다. 두 개의 대잉에 접하고 하나의 대륙에 필 적할 규모의 국토를 가진 나라는 미국 말고는 캐나다 뿐이다. 일견 대륙국가처럼 보이지만 근본성격은 거대한 해양국가다. 나라 전체가 하나의 대륙인 오스트레일리 아까지 포함해 이들 앵글로 색슨계 3대 해양국이 지구상 인류가 살만한 땅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팍스브리타니카로 불리던 영국의 세계 지배 유산인데 이 질서에 도전했던 경쟁자 들은 최근 2백년 사이에 차례로 패해 물러 났다. 첫 도전자 프랑스, 두번째 도전자 독 일과 일본, 세 번째 도전자 소비에트 러시아 어느 나라도 이 패권을 깨지 못했다.

미국은 영국에서 나와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영국의 패권을 계승했다. 그러나 둘은 다르다. 3백여년전 유럽에서 이주한 신교도들을. 주축으로 형성된 이 다민족 이민 국가는 지배세력인 이른바 와스프(WASP: 영국계 백인신교도)외에 흑인, 멕시코를 중심 한 중님미계 (히스패닉)와 유대인이 큰 집단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도 금융과 언 론, 영화 음악등 문화계.학계를 장악한 유대인은 6백만이란 숫자에 비해 영함력이 너무 커서 보기에 따라 미국은 외스프와 유대의 연합국가란 인상도 준다.

이런 미국을 수천년 단일민족국기인 한국을 기준으로 이해하려들면 오해가 따른다. 여러 얼굴의 미국 가운데는 한국인들에게 숭배의 대상인 대단한 미국도 있지만 극단적인 혐오의 대상인 추악한 미국도 있다. 그리고 보통의 미국과 미국인은 그 어느쪽도 이니거나 잉쪽을 때에 따라 오가는 여느 다른 나라와 대차가 없는 그런 나라이고 국민이다.

미국을 바로 보지면 이 모든 요소와 측 면을 종합해 전체로서 인식해야 한다. ‘위 대한 미국’은 우리가 배워야 할 대상이다. 3백여년이란 짧은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치. 경제. 사회조직 을 건설해 세계의 유일 패권국이 된 나라, ‘우주의 지배자들’ 이라고까지 불리는 그 상층 엘리트는 의심의 여지없이 인류 역사 상 가장 우수하고 유능한 집단의 하니다. 그런데 그 엘리트집단까지를 포함해 선한 미국이건 보통의 미국이건, 추악한 미국이 건 공통된 특징이 있다. 미국 말고는 크게 관심이 없고 잘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유럽 이외의 아시아나 제3세계국가에 대해서는 극소수의 전문가 말고는 어이없으리만 큼 무식하다.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하는 일련의 행태는 대개는 평균적인 미국인의 무 지와 편견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그걸 보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어리석다. 문제해 결에 도움이 안된다. 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꾸준히 그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이다. 그래서 그들의 무지와 편견과 오만이 우리에게 엉뚱한 피해를 부르지 않도록 사전에 안전판 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른바 숭미도 반미도 아닌 용미(用美)로서의 친미다. 의 정부사건이 그런 계기가 된다면 여중생의 죽음은 헛되지 않은 희생일 것이다.

문병호 영암읍 장암리 출신 중앙일보 편집국장 대리 중앙일보 j&p 대표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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