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아직도 붉은 악마 응원단의 함성이 것가를 맴돌고 있는 월드컵 축구 열기가 차츰 식어가고 있다. 이어 태풍 ’라마순’이 한 바탕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이제부터는 장마철과 함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본격적인 여름이다. 모두들 무더위를 피해 떠나는 휴가철이 온 것이다. 휴가는 더위를 피해 심신의 피로를 풀자는 뜻으로 ‘바캉스’라고도 한다. 바캉스(vacances)는 프랑스 말이다. 이 말은 원래 학생이나 교사, 법관 등에게 주어진 비교적 긴 휴가를 뜻했다.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일 반인들이 일상의 업무를 접고 휴가를 가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 되었다. 바캉 스는 영어로 버케이션(vacation)이다. 어 원은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로 ‘무엇 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란 뜻이다. 학업이나 모든 일에서부터 자유로워지 는 것이 곧 휴가의 의미다. 자유로움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홀가분해지는 것을 뜻한다. 휴가란 배터리 충전과도 같다. 그동안 쌓인 심신의 피로를 풀면서 새로운 활력을 채운다는 데에 휴가의 뜻이 있다.

그러나 휴가는 불쾌한 마음으로 돌아 오게 된다면 아니간만 못하다. 우리나라 휴가문화는 원래의 휴가와는 거리가 멀어 불쾌할 때가 많다. 해마다 7월 중순 부터 8월 초순 산과 바다와 강, 계곡 등 국내 유명한 피서지는 한꺼번에 몰리는 피서객들로 초만원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의 행렬. 평상시 몇 배나 시간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하면 지쳐버려 짜증이 난다. 그뿐인가 피서지의 바가지 요금, 쓰레기 방치, 고성방가와 집단 패싸움 등 한마디로 공중도덕 부재현상이 계속된다.

해외로 떠나는 휴가는 어떤가. 신문들 마다 빼곡하게 게재된 여행사들의 해외 여행 광고난은 값싼 해외여행으로 피서객들을 유혹한다. 동남아나 중국은 국내 여행보다 싼값이라고 여행사들은 앞다투어 피서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값싼 해외 여행을다녀온 피서객들은 광고 내용과는 다른 여행 때문에 불만이 터진다. 음식, 밤사이 비행기 이동은 물론 현지에서 별도의 여행 상품으로 돈을 더 받아내는 등 해외 여행 역시 휴가 기분을 망치게 하는 사례가 많다.

후회 가능성이 많은 휴가 문화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북적대는 여름철 유가보다는 이른바 비수기를 택하는 편이 우선 ‘사람대접, 손님 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축복이다. 자녀들의 여름방학을 의식해 꼭 성수기에 휴가를 가야 한다면 북적대는 유명한 피서지를 찾을 필요가 없다. 부모가 태어났던 시골 고향을 찾아가는 것이 더 보람된 휴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 곳이면 더욱 좋겠지만 큰아 버지, 작은아버지, 고모 집을 찾는 것도 좋다. 도시와는 달리 농촌의 순박한 인심과 자연 환경의 생소한 경험은 물론 유대감이 멀어지고 있는 사촌간의 우애를 두터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금상 첨화의 휴가가 될 수 있다.

또 시골 종가에서 여름 학교를 여는 곳도 있다. 이곳에서 조상과 집안의 내력 등을 들으면서 자긍심을 키울 수도 있다. 이밖에도 명절에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조상들의 묘소를 찾아 성묘도 하면서 훌륭한 조상 알리기 교육 등도 할 수 있다.

더구나 시골 주변의 명승 고적 탐방도 할수 있어 도시에서 보고 듣지 못하는 뜻깊고 보람된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이제는 휴가다 하면 생각나는 ‘여름’ ‘사람 많은 놀이터’라는 고정 틀에서 차춤 벗어나야 한다. 우리의 고정 관념 인 ‘휴가 문화’,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윤재홍 서호면 몽해리 아천 출신 정치학박사 KBS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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