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를 아시아 사상 첫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세계 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 사건이후 한반도의 지축을 뒤 흔들게 한 대사건 뒤에는 히딩크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웅 을 만든 영웅 히딩크. 그는 분명 우리 모두의 우상이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즐거울 일이 없었지만 그는 우리 모두 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한국에 히딩크가 있다면 일본 에서는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사장 (48)이 있다. 프랑스 국적의 곤 사장 역 시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으로 적자에 시달리던 닛산차를 2년만에 흑자로 이 끌어 일본에선 영웅으로 떠올랐다. 일 본만화에 '경영의 마술사'로 그려지는 등 신화적 인물로 대접받고 있으며 타 임지와 CNN이 작년말 선정한 올해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빌 게이츠를 제치고 1위로 떠오른 인물이다. 비슷한 시 기에 한국과 일본에선 벽안(碧眼)의 외 국인 영웅이 탄생한 것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기 적' 을 일궈냈고 연고주의와 정실인사의 폐해극복, 합리적이면서 강력한 리더십, 세계화 시대에 적합한 경력 등 닮은 점 이 많아 시선을 끈다.

우선 히딩크 감독은 연고주의가 작용 하던 국가대표 선발시스템을 깼다. 곤 사장은 연공서열이나 종신고용제,연고 에 따른 거래관행 등 관료적 사고와 기 존 관행에 충실한 일본식 경영시스템을 타파했다. 두 사람 모두 내국인이 갖고 있던 '한계' 를 극복해 낸 것이다.

곤 사장은 젊은 중견간부를 중심으로 혁신팀을 만들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 는 혁신적인 제안을 독려했다. 혁신팀이 임원을 거치지 않고 자신에게 직접 보고 하도록 주문하는 등 수직적 체계에 길들 여진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깨기 위해 노 력했다. 히딩크 감독 역시 김남일 · 최진 철 · 송종국 · 이을용 등 기존 국가대표 팀에 끼지 못했던 '숨은 진주' 를 발탁했고 한국 축구팀 선후배 사이의 경직된 문화를 과감히 배제해버렸다. 실력주의 에 기초한 인재 등용과 함께 자유분방한 의사소통이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히딩크 감독이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 박축구와 스피드를 살린 공격이라면 곤 사장은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을 제거한 뒤 공격적인 경영을 추구하고 있 다. '프로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일을 처 리한다'는 원칙 아래 과거 일본인 CED라 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의사결정 을 내리는 것으로 곤 사장은 유명하다. 기본기와 스피드를 중시하고 있음을 발견 할 수 있다. 여기에 신념이 강하고 위기 적 상황일수록 과감한 전략을 사용한다는 점도 g았다. 세계화 시대가 요구하는 자 질을 갖춘 점도 같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외국땅에서 자신의 전설을 창조해냈다.

6.13지방선거가 끝났지만 아직도 뒷 말이 무성하다. 돈 선거는 여전히 횡행했고, 일부에선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 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출직 이지만 돈을 주고 산거나 다를바 없다 고 단언한다. 결론적으로 현대판 매관 매직(賣官賣職)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다. 그래서 혹자는 히딩크와 같은 인물 을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에' 서 들여온 인물은 선거때 신세를 진 사 람들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 부정부패를 할 필요가 없고, 다음 선거에 대비해 각 종 이권에 개입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 냐는 논리다. 그리고 외국에서 온 만큼 자신의 고향에 우리의 농수산물이라도 팔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조합 장 선거에서부터 5만원짜리가 10만원으 로 뛰고, 10만원짜리 봉투를 받고 나면 곧이어 20만원짜리가 날라든다는 우리 의 선거문화 현실을 두고. 한 말이다.

민선 3기와 4대 영암군의회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영암군의회가 언제 있었던가'라는 비아냥 대는 말도 들린다. 과거 영암군의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영암군민들은 히딩크와 카 를로스식 경영을 원하고 있다.

[사진]문 배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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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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