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조직에는 계선(系M)조직과 막료(幕痛)조직이 있다. 즉 계선(Line)은 행정체계의 중추적인 위치에서 법령을 집행하고 정책을 결정하며, 주민에게 직접적으로 봉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능이다. 막료(참모,Staff)는 계선이 원활하게 기능을 수행하여 조직의 존립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행정참모는 단체장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면 제대로 수행되고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책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하여 실무자들이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리고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늘 분석하고 조사하여 원인과 대책을 미련해야 한다.

특히 행정참모는 자치단체장과 실무자와의 중간적인 지위로서 고유한 업무추진은 물론 업무 외적인 사항에도 충실해야 한다. 그저 맹종하거나 또는 침묵하거나 아니면 사실과 다르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 자치단체장이 정확한 판단을 하고 올바른 정책을 입안할 수 있도록 그 보좌 기능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만일 참모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조직의 목표달성을 기대할 수 없으며 주민에 대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그렇게 될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고 행정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주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된다. 자치단체장과 실무자간의 중간계층으로써 자문과 권고, 협의 및 정보의 수집과 판단, 통제, 기획, 공보 등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것이 행정참모의 제대로 된 역할이다. 좀더 쉽게 표현하자면 풍선에 바람이 빠지면 바람을 불어 넣고, 풍선이 너무 팽창하면 바람을 빼주는 역할이 바로 민선시대 행정참모의 역할인 것이다.

민선자치시대가 출범하면서 이처럼 행정참모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다양해졌음에도 일부 몰지각한 참모는 그 직분을 망각한 채 무사안일에 빠져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를 등에 업고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규선 게이트'의 불똥이 우리 고장 금정면 오지에도 튀었다. 최씨가 규정을 훨씬 초과해 불법으로 가족묘지를 조성했다는 소식은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런데 그 배경에는 금정면의 묵인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당사자들은 물론 '몰랐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묘지 조성식에 이미 공무원들이 초대되어 기념품까지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씨는 전례없이 500만원의 기부금을 내놓았다. 물론 그들의 말대로 "면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묘지 조성을 전후한 지난해 5월 기부금품이 전달됐고 속칭 '뜬금없이' 500만원씩이나 전해진 것이다. 배나무 아래서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옛 속담은 이를 두고 한 말이리라.

더구나 모 간부는 최씨를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졌다고도 전해진다. 최씨의 대단한 위력을 배경삼아 마치 자신에게도 커다란 '백그라운드'가 있는 것처럼 최씨와 자신과의 관계를 공공연하게 자랑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최씨의 기막힌 처세술에 내노라하는 정관계 인물들도 놀아난 사실이 최근 속속 밝혀지면서 시골 면장님 정도야 깜빡 죽었을 법도 하다. 기부금이 상부에 보고조차 않고 절차를 무시한 채 제멋대로 사용 된 탓도 따지고 보면 '최규선의 위선적인 백그라운드'에서 나온 배짱때문이 아닌 가 싶다. 여지껏 그들의 행태로 보아 기부금이 제대로 사용됐는지도 의문이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참모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건 애초부터 글러먹은 일이 아니던가. 각설하고, 기왕에 나온 말이니 한마디만 더 덧붙이겠다. 6.13지방선거가 한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선거를 앞두고 갖가지 소문이 꼬리를 문다. 행정참모들의 역할이 새삼 부각되는 시점이 다. 참모들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말 고 심사숙고(深思熟考)해 행정참모로서 소신껏 처신하길 당부드린다.

문배근 본지 발행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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