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천소희(영암여자고등학교2학년3반)

4월...어느새 봄이 한 가운데에 접어 들었다. 여기 저기에선 봄을 알리는 행사가 다채롭게 쏟아져만 나오는 데....벚꽃들이 한잎.. 두잎.... 머리위로 나려 지는 이 여유로 움이 나에겐 무척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아니.. 낯선 세계에 와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어린 시절... 우리집은 무척이나 단란하고 큰 소리 한번나지 않던 그야말로 행복함이 묻어나는 가정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릴적에 찍어 놓은 사진들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았던 추억의 장소에 띈다. 가령,기변 이라지 계곡,그리고 여러가지 꽃들이 활짝 핀 곳 등 난 잘 알지도,또 생각나지도 않는 곳들의 사진이 떡하니 웃고 있다. 그랬다.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환하게 웃으며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아이는 분명 나였다. 하지만 이젠 그 추억들 모두가 빛바랜 앨범속에서

옛 일을 기억이라도 하는 듯 장롱 깊숙히 박혀 있다. 언제부터 였을까: 아마도 아빠께서 병환이 깊어지던 어느해 4월이었던 것 같다. 그때가 초등학교 5학년때인 것 같다. 처음엔 그저 병원에 입원하신 그 정도... 아니 집에도 가끔은 오셔서 우리들과 함께 하시곤 했다. 그 중에서도 한 여름날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손수 밀가루 반죽을 히면서 팥죽을 쑤어 주신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 된다. 그리고 나서 밤에 쑥과 마른 풀들을 모아 다가 모닥불 피워 놓고 밤새 야간 작업으로 막노동을 나가신

엄마를 온 식구들이 밤하늘의 별을 세며 기다렸다. 그 시간이 그땐 이렇게 소중한 시간이 될 줄..... 아니 그립고도 아쉬운 추 억만이 되어 버릴줄 그때에는 미처 몰랐었다. 이럴 줄 일았다면 그 때의 기억들을 다시 돌려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 둘렌데.....지금 내 곁엔 아버지라는 자리는 준재하지 않는다. 그 해가 지나고 아빠는 병세가 심해자셨고 결국, 우리들 앞에서

피를 토하시기까지.... 가슴 아픈 기억들만이 머릿속에 심어두고 그해 가을 추석을 하루 앞두고 저 먼곳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엄마와 나... 그리고 동생들만을 남겨두고 떠나셨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가슴 아프고

미어지지만. 또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렇게 좋은 4월의 봄날에 그 흔한 나들이 한 번 못해보고 이렇게 씁쓸해야

하는 이유를......그래서 여태까지 이렇게 낯설어만 하는 나의 모습들을 .....더 없이 좋은 봄기운이 나를 감싸는 이 향긋한 봄날.. 이 글짓기를 마치고 난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려 한다. 그래서 지금의 이 행복함을 시간이 지나서도 또 빛이 바라더라도 두고 두고 볼수 있기위해...그 옛날 아빠와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했던 시간이 그저 내 머릿속 작은 귀퉁이를 차지하게만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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