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선과 지방선거의 특징은 각 정당의 '국민 경선제' 도입을 꼽을 수 있다. 대선후보를 뽑기 위해 민주 당이 채택한 국민참여 경선제가 국민 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선거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당의 입김이나 지구당 위원장 의 개인판단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 되던 기존방식에서 벗어난 이같은 새 로운 시도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이처럼 새로운 정치실험을 하게 된 데는 계 속되는 민심이반과 추락하는 지지도 를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 策)이었음도 부인할 순 없다. 그런 의 미에서 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이 '흥행' 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래서 국민경선제가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에 까지 확대 적용하 는 것이 대세를 이루었고 전남지역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구당 에서는 주민들의 여망을 담아 구체적 인 안까지 마련했다. 이에따라 공천 방법을 확정짓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 태에 있던 다른 지구당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 하다.

그러던 중 지난 12일 민주당 전남 도지부 소속 국회의원들은 담합적 성 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나갈 기초단체장 후보를 뽑는 경선에 주민참여를 배제한 채 대의원과 기존 당원만으로 국한시키 기로 한 것이다. 이는 당이 정치개혁 적 차원에서 도입키로 한 상향식 공 천 원칙을 사실상 무시한 것이나 다 름 없다는 지적과 함께 시대적 요구 마저 묵살한 것으로 지역민들의 비난 이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대세를 거스르고 어물쩍 넘 어가려는 저의는 그들이 그동안 누려 왔던 특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 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때문에 이 번에도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는 인사들의 줄서기 행태는 계속될 것임이 불 을 보듯 뻔하다. 어지간한 인사는 아 예 공천경쟁에 뛰어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아직도 '공천은 당선' 이라는 비정상적 논리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시장 · 군수자리를 차지했을 때 과연 그들이 취할 처신은 어찌하겠는가. 지역주민들의 뜻보다는 막후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며 목줄을 쥐고 있는 위원장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기에 그들의 또 다른 속내가 엿 보인다. 결국 자신들에까지 화살이 되 돌아 올 것을 우려한 나머지 미리부 터 봉쇄해버리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번 기초단체장 후보공천에 주민참 여 방식을 도입할 경우 자신들이 후 보로 나갈 다음 국회의원 공천도 그 같은 방침을 따라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했으리라는 것이다. 당초 중앙당 은 각 지구당의 특성을 고려,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하되 공천방법 등은 지구당이 알아서 하라는 지침을 내렸 었다. 그럼에도 지구당 위원장들이 눈 치를 보아가며 미적거려 오다 슬그머 니 원 위치 해버린 것은 개인적으로 맞는 화살을 피해보자는 데 이심전심 으로 맞아 떨어졌다고 보여진다.

당내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일군다 는 의미에서 한국 정당사에 새로운 전기가 이룩될 것이라는 기대치는 결 국 그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뒤 늦게나마 담양·장성 ·곡성지구당 (위원장 김효석)과 해남 · 진도지구당 (위원장 이정일)은 전남도지부의 결 정을 따르지 않고 주민경선을 도입키 로 한 당초 방침을 고수하기로 결정,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 지구당위원장들이 지역민들 에 대한 오만(救圖)함을 그대로 드러 내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

새천년을 맞아 처음 치루는 올 선거 가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길 바랐던 소 박한 꿈은 너무 어리석은 기대였을까.

[사진]문배근

본지 발행인 · 편집국장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