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라서 모스크바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곳 중의 하나가 아르바트 거리이다. 옛날에 아르바트 거리는 귀족들의 저택이 한적하게 늘어서 있다. 러시아의 국민적 시인인 푸시킨과 투르게네프, 레르몬토프,게르첸, 고골 등이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조용한 저택 마당에서 책을 읽기도 했다. 그 집들은 2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그 일부는 자그마한 박물관으로 바뀌어 있다.

아르바트 거리에 들어서면 폭 20m 정도 되는 거리의 양면으로 고전미가 풍기는 전등이 늘어서 있고, 주말이나 여름이면 보행자의 천국인 이곳에 거리의 악사,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과 러시아 집시들과 젊은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인파로 넘친다. 그리고 이들을 상대로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보석인 호박으로 만든 제품과 러시아의 대표적 민예품인 ‘마트료시카’와 러시아를 상징하는 나무인 자작나무 껍질의 질감을 이용한 러시아정교회다. 풍경과 자연경관을 묘사한 유화. 작품과 골동품 등을 판매하는 장사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물건 중에 눈에 띄는 곳은 단연 러시아의 민속공예품인 ‘마트료시카’이다. 마트료시카는 러시아 서민의 딸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머리에는 두건을 두루고, 몸에는 사라판과 앞치마를 걸치고, 손에는 곡물이나 꽃다발, 낫 등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목제 인형의 몸통 부분이 갈라져 있는데 몸을 열면 그 안에 서 같은 인형들이 계속 나온다. 그 섬세함과 화려함 그리고 인형의 수와 크기에 따라 가격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데, 거리의 작은 판매장보다는 아르바트의 대형민속제품 상점에서 사면 싸게 살수 있다. 마트료시카가 만들어진 것은 1890년대 후반으로 화가 S.V.마류친과 V.즈보즈드츠케에 의하여 처음 제작되었다고 한다.

아르바트 광장에서 스몰렌스키야 광장에 이르는 아르바트 거리의 중간에 유명한 바스탄꼬 포 연극극장이 있다. 바스탄꼬 포. 극장은 ‘슈킨’ 연극학교의 전용극장이다. 러시아 교육은 철저하게 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교육과정이 짜여 있다. 학교와 공연장이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학습이 현장실습을 통하여 극대화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서는 무대의 현장에 학교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전문예술인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다. 이는 연극뿐만이 아니다. 서커스 전용극장만 보더라도 유치원에서부터 12년의 쉬 꼴라 과정(초, 중, 고)과 대학 과정의 서커스 전문학교가 극장 건물에 소속되어 있어서 그 분야의 최고 예술인들을 양성하고 있다. 더불어 러시아의 교육에는 진학 스트레스가 없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는 각 분야의 전문 과정의 학교에 입학하여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비도 대학까지 국비로 지원되고 있어서 사교육비도 거의 들지 않는다 (사회주의가 붕괴한 이후로 사립학교가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수많은 교과목을 누구나 다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각 전문분야에 관련된 교과목만 배운다. 이는 자본주의 이후 사회의 지식 경영자’에 대한 세계적인 학자인 피터 드러커 (Peter. F. Drucker:93서1) 박사의 ‘전문가의 조건’ 과 일치한다. 피터 드러커 박사는 지식생산의 극대화를 위하여 ‘약점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자신의 강점에 집중적으로 투자해라.’ 라는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를 이끌어 가는 ‘전문가의 조건’으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와 ‘무엇을 개발해야 할 것인가’를 내세우고 있다. 러시아의 교육은 획일적인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공장과도 같은 우리나라 초, 중,고의 교육제도를 벗어나 있었다.

아르바트 거리에는 러시아인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푸시킨과 그의 아내 나탈리아 곤차로바의 동상이 있다. 이 동상은 푸시킨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99년에 세운 것이다.

이 동상의 맞은편에는 푸시킨이 모스크바에서 얼마간 살았던 집이 있는데, 동상으로 새겨진 푸시킨 부부는 푸시킨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듯 행복한 표정으로 옛집을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인들이 푸시킨을 얼마나 사랑하는 자는 곳곳의 유적을 보존하는 모습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곳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도 푸시킨이 결혼식을 올렸던 건물이 있고, 그 앞에는 푸시킨 상이 세워져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도 모스크바에서 살았고, 생전에 모스크바를 아꼈다는데 그가 부르죠. 알아 해서 유난히 푸시킨을 사랑하는 것 같다.

푸시킨의 생가 옆 골목길에는 러시아의 페스트로 오징어의 선구자로 러시아 젊은이들로부터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빅토르 최’를 추모하는 벽이 있다. ‘빅토르 최’는 한국계 러시아인으로 생전에 러시아의 록가수와 영화배우 글 활동하다가 28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비록 짧은 생애를 살아갔지만 한 시대의 정신을 안고 살았던 그의 자취는 러시아의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파문을 일으켜 그의 사망에 충격을 받아 소비에트 전역에서 5명의 여자가 자살했다고 한다. 다음 호에는 그의 신화적인 일대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계속〉

[사진1] 낭만의 아르바트 거리 - 낭만의 아르바트 거리에는 수많은 관광객의 인파로 항상 넘쳐 난다.

[사진2] 러시아 서커스 공연 -러시아 교육은 철저히 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교육과정이 짜여 있다.

박철(사진작가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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