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북동쪽의 붉은 성벽과 붉은 벽돌 건물의 국립 역사박물관 레닌의 묘 그리고 러시아 최대 국영백화점인 금 백화점과 바실리 사원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 그 유명한 붉은 광장이다. 붉은 광장은 그 면적이 7만3천선에 이른다. 모스크바의 중심에 자리 잡은 이곳은 사시사철 외국인은 물론 곳곳에서 찾아온 러시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한낮에는 물론 야간에도 조명으로 밝혀져 있어서 항상 개방되어 있다.

이곳을 붉은 광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크리스나야’라는 러시아의 고어(高語)에서 비롯되었다. 크리스나는 ‘아름답다.’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의미의 이 장소가 ‘붉은 광장(크리스나야 플로 시차 지)’이라 불리게 된 것은 17세기 이후의 일이다. 15세기경 까지만 해도 흙벽으로 둘러싸 인 이곳은 수많은 상인이 모여들어 노점을 벌여놓고 활발하게 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 후 17세기에 들어서 이렇듯 번잡한 지역을 말끔하게 정리하여 아름답게 모양을 바꾸어 놓았고 ‘붉은 광장’이 라 명명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붉은 광장이 길이 695m, 평균 폭이 130m나 되는 현재의 모습으로 정비된 것은 19세기 말 무렵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사회주의 정권 수립 이후로 노동자 잔치인 5월 1일의 메이데이와 사회주의 정권 탄생을 기념하는 11월 7일의 혁명기념일 행사가 이곳에서 치뤄졌다. 그 당시에 붉은색을 바탕으로 한 현수막이 국립 역사박물관과 꿈 백화점 벽면에 걸리고, 이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도 크고 작은 붉은 깃발을 손에 들고 행진했기 때문에 이 광장은 온통 붉은색이었다고 한다.

붉은 광장의 크렘린 쪽의 성벽 중앙에 혁명가 ‘레닌의 묘’가 있다…. 소련 해체 이전까지 레닌은 신성한 존재로서 범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그는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했고, 혁명 후 대혼란 속에 빠져있던 소련을 신경제정책 NEP로 극복한 영웅이었다. 레닌은 1924년 1월 21일에 숨을 거두었는데 그 3일 후에 알렉세이 시추 요리장에 의해 만들어졌고,그 후 1929년 적토색 화강암 건조물로 다시 지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묘는 피라미드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 러시아 정교회에 남아 있는 오랜 전통에 따라 레닌의 유체는 특수방부 처리되어 관람용으로 공개되었다.

지하철(매트로) 아호 트니라트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면 붉은 벽돌의 국립 역사박물관이 나오고 그곳을 지나 붉은 광장으로 나가면 오른쪽으로 클레몰린 성벽이 보이며 왼쪽으로 금 백화점이 나타난다. 그리고 광장의 정면에. 47m높이의 양파 머리 지붕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여덟 개의 양파 머리 지붕들로 구성된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러시아의 상표 역할을 하는 성 바실리 사원이다. 성 바실리 사원의 양파 머리 지붕은 대칭으로 잘 조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 솟아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불균형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신비감마저 일으키게 하고 있다.

이처럼 기묘한 건물을 설계한 사람은 힘 토닉 파르마이다. 이반 대제가 ‘타잔 칸’을 항복 시킨 것을 기념하여 짓도록 한 건물인데, 1555~1560년에 걸쳐 완성된 이 사원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다시는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지 못하도록 건축에 관계했던 두 사람의 눈을 뽑아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원의 이름은 이반 대제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수도사 바실리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한다. 붉은 광장의 레닌의 묘와 마주하고 있는 깔끔한 고딕식 건물로 된 국영백화점인 ‘금백화점’이 있다. 금 백화점에 들어서면 세계의 유명상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고, 구매자들의 발길로 생기가 넘치고 있다. 10년 전, 사회주의 붕괴 이후에 이곳을 찾았을 때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 당시에는 백화점 진 열대가 텅텅 비어 있었고, 사람들의 발길도 뜸했었는데 지금은 값비싼 세계의 명품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어느 고급 백화점 못지않은 활력이 넘치고 있다. 그리고 상품들의 가격이 한국과 비교할 때 훨씬 비싼 데도 구매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의 도입으로 발 빠르게 움직인 사람들의 경제 활동으로 신흥 부자들이 많이 출현했는데, 중산층이 줄어든 대신에 빈부 격차가 심한 경제구조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연말과 새해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들뜬 모습이 백화점 안에서도 역력했다. 그리고 소비자의 구매력을 상승 하는 상품배치와 조명, 각종 상품 홍보물들이 잘 정돈되어 시선을 끌고 있었다.

모스크바 방문 이틀째를 맞아 거주등록을 상담하기 위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찾았다. 외국인도 러시아를 방문하면 거주등록을 해야 한다. 입국한 지 3일 이내로 해야 하는데 가능한 빨리해야 다음에 출국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여행자는 호텔에 묵는 것으로 거주 등록이 된다. 그런데 필자는 관광객으로 와서 초청 한 분의 아파트에 묵었기 때문에 거주등록 과정이 필요했다. (계속)

[사진1] 붉은 광장. 중앙의 돌출된 부분이 레닌의 묘이다.

[사진2] 세계의 값비싼 명품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는 금 백화점 내부 모습.

박철(사진작가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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