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같으면 밭떼기가 활발하게 이뤄지던 가을무가 가격폭락으로 인해 상인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무재배농가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중순 파종이후 한달여만에 원인모를 병으로 고사 피해를 당한 시종 · 신북 · 도포 영암지역 채소 주산단지 농가들은 최근 가격이 폭락하면서 출하가 끊기자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무 농장이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그나마 황토 노지밭에 재배한 무는 지난 9월 중순께 평탄 2천원~2천500원선에서 밭떼기로 일부 거래가 이뤄졌으나 이달 하순께 들어서는 매우 좋은 무에 한 해 일부 거래가 있을 뿐 대부분의 재배단지는 거래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무가 그대로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가을무 밭떼기 거래가는 평당 5천원 정도. 그러나 올해는 평당 원가 1천300~1천400수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냥 뽑아가라 해도 가져갈 사람이 없다.

올해 비가림하우스 3천300여평에 가을무를 재배한 김모씨(39 · 시종면 내동리)는 "평당 1천300~1천400원을 받아야 원가를 건질 수 있는데 얼마전 평당 600원씩 총 만원을 받고 무밭을 팔았다"며 "결국 빛만 늘어 농민만 죽는 꼴이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영암관내 무재배 면적의 1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비가림하우스 재배 무는 후작물 재배를 위해 뽑아내야 하나 평당 500원선에 판매하려해도 임자가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무를 그냥 가져가라고 해도 안가져가 농민들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비가림하우스 2천여평에 무를 재배한 김모씨(46 · 도포면 영호리)는 "후작물로 알타리 무를 재배하기위해 그냥 가져가라 해도 안가져가 인부를 사서 발에 있는 무를 갈아엎을 수 밖에 없다"며 "공들여 키운 무를 한푼도 받지 못하고 갈아엎으려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무값 폭락의 원인에 대해 재배면적의 증가와 김치냉장고의 등장때문이라고 말한다. 꼭 김장철에 김장하지 않아도 아무때나 김장하여 오래 보관해두고 싱싱한 김치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급격한 소비둔화가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수년동안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각 가정의 김장량이 줄어든데다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다양한 음식물이 많이 나오다보니 국민들의 입맛이 변해 김치를 먹지 않은 경향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영암 관내 무재배 주산지인 덕진면, 신북면,시종면, 도포면 일대에 재배중인 채소는 총 1천789㏊(무 1천725㏊, 배추 605㏊)로 지난해에 비해 64㏊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타지역의 일부 농협에서는 중간상인들의 농간을 차단하기 위해 산지 농민들의 신청을 받아 수집상들에게 농산물을 경매형식으로 판매하는 '포전 경매제'(밭떼기 경매제)를 도입해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지난해 평당 5천원선까지 거래됐던 가을무 밭떼기 거래가격이 올해는 대폭락, 중간상인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재배농가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김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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