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합니까: 해가 거듭될 수록 목이 죄어 오고 있으니 농촌에 누가 살아 남아 있겠습니까"

본격적인 벼 수확기를 맞아 농촌들녘엔 황금물결로 넘실대지만 수확의 기쁨에 앞서 쌀값 폭락으로 농가에서는 시름이 가득 하다.

이 지역 농협들이 최근 정부수 매량 외에 자체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벼 수매가는 40kg들이 가마당 4만4천원~5만3천원선에 형성되고 있다. 이는 올해 정부수 매가(1등급 기준) 6만440원에 비해서는 1만원 가량 낮은 것이며 지난해 농협 자체 수매가 5만5~6천원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농민단체들이 요구하는 생산비 보장선인 5만8천여원에도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로인해 농민들은 쌀 수확의 기쁨에 앞서 수매가격 하락이 가시화되자 우려했던 '쌀 대란'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쌀생산을 늘리지 않고 수매가도 동결하며 다수확품종보다는 고품질품종으로 전환할 것을 골자로 하는 얼마전 정부의 '쌀산업 발전대책'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더구나 올 벼재배 면적이 1만6천286ha로 전국에서 10번째, 전남에서는 2두번째로 많은 면적을 재배하고 있고 예상 생산량만도 2백78만4천가마(40kg기준)에 이르는 영암은 정부약정수매와 비축종자까지 포함해도 2백 29만8천여가마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당장 50여만가마에 대한 소비처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따라 영암군은 농협 등 유관기관과 쌀소비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거군적으로 농가보유 쌀을 줄여 나가는데 심혈을 기울여 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 뿐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쌀산업 발전대책'의 근본적인 수정이 없이는 쌀 재배면적 이 많은 영암지역민들의 피해는 타지역 보다 클 전망이다.

[사진]벼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조량이 많고 태풍이 없었던 올해는 전례없는 대풍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피땀흘려 일군 농촌들녘의 황금들판은 농민들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할 뿐이다.

수매량의 제한과 낮은 수매가때문이다.

〈신북들녘에서=박철 편집위원〉

문배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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