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 규  /금정면 용흥리 출생/ 전 환경부 공무원 퇴직(부이사관)/ 전 한맥문학가협회 회장/ 문학평론가
한 정 규  /금정면 용흥리 출생/ 전 환경부 공무원 퇴직(부이사관)/ 전 한맥문학가협회 회장/ 문학평론가

고향산천이 생각이 난다. 부모가 나를 낳아 키우기 위해 갖은 고생하시던 그 모습이 생각이 난다. 감기라도 걸려 콜록이면 밤잠을 설치며 다독이면서 걱정하시던 어머니가 생각이 난다. 풀피리 불며 뛰놀던 까까머리 친구들이 생각이 난다. 멀리 높은 하늘에 깜박이는 별들이 생각이 난다. 봄이면 남쪽 멀리 태평양에서 비릿한 냄새를 품고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이 생각이 난다. 여름이면 용두교 아래 용두천에서 알몸 들어내고 친구들과 목욕하며 장대들고 고기를 쫓던 때가 생각이 난다. 꼴망태 메고 풀 베던 그 때가 생각이 난다. 정월 대보름이면 이웃마을 아이들과 횃불 싸움하던 그 때가 생각이 난다. 마을 앞 산자락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홍시 친구들과 같이 따 먹다 쫓기던 그 때가 생각이 난다.
 
1950년 6월 25일 중공군의 지원을 받은 김일성이 남침 일으킨 전쟁으로 학교 등 공공건물이며 가옥 들 불타 없어져 임시로 지은 움막 같은 곳에 살며 학교엔 교실이 없어 여름이면 학교 가까운 곳에 있는 산이나 하천제방에 옹기종기 모여 공부했던 것이며 모내기 근로동원, 벼 베기 근로동원 그런 것들이 생각이 난다. 

그래도 그 땐, 사람들은 순박했다. 떡 한편도 나눠 먹고 새로운 음식 만들어 동네 이집 저집 찾아 나눠먹고 모두가 한 가족처럼 좋은 일에는 함께 즐기고 나쁜 일에는 모두가 위로하고 슬퍼했던 그 때가 생각이 난다. 시기 질투할 줄 모르고 서로 돕고 걱정했던 그 때가 생각이 난다. 물질은 부족했지만 인정은 넘쳤다. 고향은 그런 곳이다. 그 모든 것 고향이 준 선물이다. 고향은 그렇게 그리움을 낳고 아픔을 낳았다. 고향은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낯선 타향에서 생면부지 사람들 처음 만나 하는 말이 고향이다. 어쩌다 고향 사람을 만나면 형제자매 따로 없이 반기며 좋아 한다.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사람들 10년 20년이 지나도 만나면 고향이야기 한다. 고향은 이야기를 만들고 대화의 소재이자 중심이 된다. 

그런 고향이 생각난다. 그리운 고향, 고향을 떠나 보지 않은 사람은 고향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고향은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가리지 않는다. 고향은 어머니의 따뜻한 가슴과도 같다. 그런 고향이 생각난다. 고향을 생각하면 고독이 떠오르고 행복이 스쳐 지나간다. 

그런 고독, 그런 행복은 상대적 개념이다. 고독을 느껴보지 않았다면 무엇이 행복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배가 고파 보지 않은 사람은 배고픈 사람의 심정을 모른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 한 숟가락이 주는 고마움을 모른다. 추운 겨울이 있어 따뜻한 여름을 느끼듯 마찬가지로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모른다. 

타향은 자연환경도 사람도 모두가 낯선 삶의 전쟁터이다. 전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타향에서의 삶은 전쟁터처럼 힘이 든다. 고향에서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고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래서 고향이 그리워진다. 고향은 따뜻한 정이 넘친다. 나를 생각하며 이웃을 생각한다. 아이들은 동네 어른을 보면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타향은 그렇지 않다. 옆집 사람이 무엇을 하는 누구인지 모른다. 모두가 자기 일에만 몰두한다. 그게 객지 타향살이다. 그래서 고향이 좋다.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 모르겠지만 타향 객지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 같은 것 받지 않고 사는 것 그것만도 행복으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고향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고향을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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