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의 육용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또 발생했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움추러든 상황에서 AI까지 겹치는 불운이 닥친 것이다.

전남도는 고병원성 AI 의심 신고가 들어온 시종 육용오리 농장에서 채취한 시료를 정밀검사한 결과, H5N8형 고병원성 AI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올해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나온 것은 지난 11월 27일 전북 정읍, 12월 초 경북 상주에 이어 세 번째다. 전남지역 고병원성 AI 발생은 2017년 12월~2018년 1월 이후 3년 만이다. 영암군은 이에 따라 해당 농장 출입을 통제한 뒤 사육 중인 오리 9천800마리를 살처분하고, 반경 3㎞ 이내 농장 10곳, 49만3천 마리도 예방적 살처분하고 소독과 방역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방역 당국은 해당 농가 반경 3∼10㎞에 농장 44곳, 172만2천여 마리의 가금류가 집중 사육되고 축사가 밀집돼 있어 AI 추가 확산이 매우 큰 상황으로 보고 현장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12월 6일 AI가 발생한 영암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살처분 등 방역조치 사항을 청취한 뒤 고병원성 AI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 중인 방역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잘 알다시피, 나주와 영암은 전국 사육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오리 주산지다. 하지만, 전국 최대의 주산지로 알려진 영암의 경우 오리사육 농가 수로 볼 때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현재 80여 농가가 있지만 영암군 전체 농가 수와 비교할 때 매우 적은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동안 연례적으로 치렀던 불청객의 손님치레 대가치고는 행·재정적으로 너무 가혹했다. 실제, 3년 전 사례만 보더라도 신북·시종·덕진 등 네 곳에서 발생한 AI로 인해 29만6천여 마리가 살처분됐고, 이에 소요된 예산만 22억원에 달했다. 공무원이 동원돼 행정적인 낭비도 해마다 심각한 수준이다. 어디 그뿐인가. 지역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각종 행사도 차질을 빚는 등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한때 겨울철 오리사육을 전면 제한하는 방안이 도입됐다. 오리농장에서 집중적으로 AI가 발생하고, 밀집 사육으로 방역만으로는 AI 확산방지에 한계가 있다면 겨울철 오리사육을 전면 제한하는 방안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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