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경 학산면 유천마을 생활개선회 학산면부회장 꽃차소믈리에ㆍ체험지도사 월출산힐링팜(향기찬 꽃차)

요즘 태풍과 폭우가 지나간 자리, 새벽녘이나 해질녘이면 굉음과 함께 새하얀 연기를 뿜어대며 마을을 돈다. 온 동네를 휘감는 연기 속에서 눈 뜨기도 어렵고, 고약한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옛날엔 철없는 아이들이 연막소독차 뒤를 따라 뛰어다니며 놀았는데, 이젠 아이들은 없고 동네 개들만 놀라 짖어댄다. 이미 연막소독이 인체와 환경에 해롭다는 것은 TV등을 통해 다 알려졌고 이미 전국 지자체의 절반이상이 연막소독을 중단하고 해롭지 않은 연무소독으로 대체했다. 그런데 살충효과도 연무소독에 비해 떨어진다는데 왜 연막소독이 계속될까?

 

연막소독에 사용되는 경유도 문제, 사용되는 살충제도 문제!

연막소독차는 1960년대 서울에 처음 나타났다. 연막소독은 경유에 방역약품을 희석한 용매제를 태워서 연기형태로 살포한다. 즉 살충제를 경유에 섞어 태우면 살충제가 섞인 연기가 배출되는 것이다. 당시에는 살충제의 위험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소위 DDT 등 지금은 금지된 살충제들이 사용될 때였다. 그 때는 소독차가 사람 몸 안의 세균이나 기생충까지 소독해준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일부러 소독차 속을 뛰어들고 아이들이 소독차 따라다니는 것도 말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연막소독의 1차적 문제는 경유나 등유를 태우는 과정에서 대기오염과 각종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것이다. 즉 경유나 등유를 불완전 연소시켜 발생하는 흰 연기 속에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등 주요 발암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물질들은 호흡하는 사람의 건강을 직접 위협할 뿐 아니라, 토양과 수질을 포함한 생태계 전반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연막소독의 2차적 문제는 사용되는 살충제에 발암물질 및 면역신경계와 각막을 손상시키는 환경호르몬이 포함되어 있다. 상당수의 연막소독 약품에는 △사이퍼메스린 △디클로르보스 △클로르피리포스 데스린 등 4가지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이들 물질은 살충제에 들어있는 주요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이며, 내분비계나 신경계, 각막 등에 해를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사이퍼메스린은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이 지정한 내분비계 장애물질 67종 가운데 하나로, 국내에서도 취급제한 등 규제 물질로 지정돼 있다.

친환경 분무소독으로 농작물도 보호, 소음과 유해연기도 없어
 

전국의 많은 일선 보건소들은 이미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방역 방식 변경을 시도해 왔다. 다양한 생물학적 방식을 동원해 모기를 유충 단계에서 찾아 없애거나, 불가피한 공중 방제는 물이나 식물성 기름 등을 원료로 한 친환경 확산제를 쓰는 연무 소독으로 전환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유해한 연막소독 대신 채택된 연무소독은 순수한 물에 방역약품을 희석해 연무형태로 살포하는 연무소독은 연기와 냄새가 없는 친환경 방역이다. 살충효과가 연막소독보다 훨씬 좋다. 또한 경유를 태우는 것보다 물을 사용하니 비용은 아주 저렴하다. 한 보건소에서 연막소독 대신 연무소독을 하면 한해에 약 1억3천만 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올해부터 연기와 냄새가 없는 초미립자 방역소독을 전 지역으로 확대 시행하는 지자체도 있다. 초미립자 소독은 살충제를 물에 희석하여‘초미립자살포기’를 이용해 미세한 입자 형태로 분사하는 방식으로, 경유 대신 물을 희석제로 사용하여 경제적이고 인체 위해성 및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고열에 의한 살충제의 손실과 입자의 증발을 막을 수 있어 잔류효과가 뛰어나고, 연막형성이 없어 교통사고의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역=연막소독’이라는 고정관념 버리는 주민의식 성숙필요

연막소독의 유해성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이를 강행하는 것은 많은 주민들에게 ‘방역=연막소독’이라는 고정관렴이 있어, 연막소독을 중단하면 ‘왜 방역을 하지 않느냐’는 항의와 민원이 쇄도한다고 한다. 전시행정(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적 사례로 지적도 받는데, 또한 오랫동안 진행된 연막소독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관련 행정과 업체, 담당자 등의 변화가 필요한 일이다. 어쨌든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민의식이 성숙해야 한다. 우리의 건강과 환경은 관행이나 고정관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