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희 봉 학산면 계천길 문화유산해설사 전통건축해설사 영암군문화관광해설가

중국의 4대 고성 중 하나인 휘주고성(徽州古城)은 흡현고성(歙縣古城)이라고도 불리며 휘주의 중심지였던 만큼 휘상(徽商)과 휘문화(徽文化)를 경험해볼 수 있는 천년 고성이다. 208년(후한 헌제 건안 13년) 손권에 의해 새로이 건설된 옛 군으로 안후이성의 지(地)급시인 황산시의 전신이다.

유명한 역사문화 도시인 이곳은 휘주(徽州) 문화와 베이징 경극의 발원지이고 안휘상인 휘상과 안휘요리의 주요한 발원지이며 문방사우 중 안휘의 먹과 벼루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고촌 곳곳은 묵향으로 가득하다.

휘주고성은 휘주의 중심이었던 만큼 휘상(徽商)과 휘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이자, 천년 휘주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의 전시장이다. 고성 내에는 몇 백년 된 휘주 건축 구조의 집들이 그대로 위치한다. 패방과 골목길, 거리, 다리, 탑 등이 잘 어울려 소박하지만, 거리마다 패방마다 이야기가 넘쳐나고 걷는 것만으로도 몇백 년 전 휘주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시내에 있는 황산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산악 경승지의 하나로 기송, 괴석, 운해, 온천의 네 가지가 세상에 알려져 있다. 1990년 12월 황산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고성 안에 있는 휘주부는 명·청 시대의 건축양식을 볼 수 있으며 휘주부 경내는 현재 경극의 발원이 되는 황매극을 사발차를 마시며 배워볼 수 있고, 필묵도색도 직접 해볼 수 있어 여행의 색다른 재미를 준다.

명나라 시대의 학자로 국자감 교장을 역임한 허국의 금의환향을 기리기 위해 세운 대학사(大学士), 전통가옥과 거리, 조각, 우물, 패방이 집중된 명소인 두산가(斗山街), 휘주상인들이 거주했던 어량마을이 있으며 유학의 대가 주희, 후진타오, 장쩌민도 휘주 출신이고 홍차와 다양한 두부가 생산되고 있다.

휘주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고촌마을들이 300~400여 개나 있다고 한다. 황산을 품은 휘주의 고촌마을에는 묵향보다 더 짙은 고풍스러움이 있다. 벼루와 목공예품은 애호가라면 하나씩은 손에 들고 오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 여행할 곳은 중국의 남쪽에 위치한 운남성에 있는 리장고성이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창강(长江,진사강(金沙江))이 만년 설산인 옥룡설산(玉龙雪山)을 만나 물길을 틀면서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자연을 형성했다. 그 위에 세워진 나시족의 터전 ‘리장고성(丽江古城)’은 800년 역사를 자랑한다.

1996년 이 지역을 강타한 리히터 규모 7의 지진에도 고성의 옛 건축물들은 끄떡없이 건재했다. 리장고성은 차마고도 집시(集市)의 흔적이 또렷이 남은 수허고진(束河古镇), 나시족의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였던 바이사고진(白沙古镇)과 함께 1997년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나시족의 전통문화도 리장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이다. 1,000년 전부터 사용해 온 동파 문자는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유일한 상형문자로 2003년에는 ‘동파문화 필사본’이 세계 유산에 등재되었다. 티베트의 불교와 나시족의 토착 종교가 합쳐 탄생한 동파교와 나시 고악은 나시족의 자랑이자 모두가 함께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로 사랑받고 있는 호도협(虎跳峡)은 평소 만년 설산을 볼 수 없는 우리에게 ‘특별한 체험’의 로망까지 채워 준다. 필자는 리장고성에서 15일을 머무르면서 전통시장, 길가에서 과일과 지역 음식을 먹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고성 안에 넓고 멋진 숙소도 많지만 우린 전통을 그대로 살린 나시족이 운영하는 소교유수(小轎流水) 객잔에 머무르면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중국 전통가옥의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고 중심지역에 있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이점이 있기도 했다.

고성 안팎을 매일같이 다녀도 시간이 항상 부족해 밤늦게 객잔으로 돌아오곤 했다. 다양한 골목길과 낯설거나 혹은 처음 보는 음식도 먹어보는 것에 도전도 해보고, 넓은 광장에서는 나시족의 전통공연을 수시로 볼 수 있으며 작은 골목에 위치한 가게에서 옛날 물건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중국 전국에서 모이는 젊은이들과 세계 각국의 젊은 배낭 여행객들이 모여서 이룬 문화는 독특한 형태로 리장고성에 녹아 있는 듯하다.

고성 안에는 거미줄처럼 수로가 이어져 있는데 그 수로에 다양한 색의 조명을 해 놓고 나시 전통의 노래와 라이브 무대를 거리에서 구경도 할 수 있고 나이트클럽을 입장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다. 나이트클럽이 1층에 위치에 있으며 창문을 다 열어 놓고 영업을 해서 안의 공연도 음악도 즐길 수가 있다. 조명이 있는 흐르는 물가의 낮은 돌담 위에 앉아, 열린 큰 창문을 사이에 두고 거리낌 없이 함께 음악과 분위기를 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밤 문화이다. 대리고성이 조용하고 편안한 중년의 휴식처라 한다면, 리장고성은 활기와 생동감이 넘치는 젊은 고성이란 느낌이다.

다른 도시로 향하기 위해 객잔을 떠나는 날 주인 아주머니와 얼굴이 가무잡잡한 딸의 눈에는 짧은 시간 정이 들었는지 이별의 아쉬움이 고여 있었다. 우린 꼭 다시 온다는 다짐을 주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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