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대 현 금정면 안기마을生 전 감사원 수석감사관 아크로(행정사·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한서대 행정학과 교수

“영암 월출산 첫 시선에 신기한 명산인데 한 가운데 우뚝 솟은 콘크리트 흉물(이하 ‘군서 흉물’)이 참 아쉽다”

2015년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아 공사를 재개하려는 제안을 접수하고 기금지원 여부를 검토하기 위하여 군서에 현지 확인차 다녀온 우리은행 간부 출신 A씨의 말이다.

A씨는 영암이 고향은 아니지만 필자가 대표로 있는 아크로 부동산중개법인의 자문으로 있어 필자에게 영암을 방문한 첫인상을 표현한 것이다. 2015년 당시 군서 흉물에는 유치권자가 상주하였으며 대학생과 삼호 대불산단 근로자를 상대로 임대주택을 재개하려는 시행사가 나타났는데 사업성이 없고 10억여 원의 자부담을 충당하지 못해 결국 사업재개에 실패하였다고 한다.

필자가 엊그제 현장을 가보니 폐가 흉물은 심화되고 유치권자는 온데간데 없으며 월출산 한 가운데서 내뿜는 정기를 폐콘크리트 군서흉물이 콱틀어 막는 모습이었다.

2000년 297세대 임대주택 허가를 받고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콘크리트 타설까지 마친후 공사가 중단된 건물로 2018년 국토부 소관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정비사업의 예비대상까지 선정되었으나 LH의 사업성 분석에서 아마도 사업추진이 어려운지 공사재개 소식이 없다.

매년 군서흉물 바로 근처에서 왕인문화축제를 하며 상춘객들이 발 디딜틈 없이 몰려도 건축허가 받은 지 20년 동안 폐콘크리트로 우뚝 솟은 채 입주를 못하는 시공간적 현실이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의 진단대로 영암군은 ‘소멸위험 진입단계’에 있고, 이 단계는 극적인 전환의 계기가 없다면 30년 내 사라질 위험성이 크다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영암군이 계속 쇠퇴해가고 있으니 사업성은 당연히 점점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고 앞으로도 폐콘크리트 군서흉물이 있는 한 ‘영암은 계속 쇠퇴해갑니다’라는 심볼을 등산객이나 관광객이 보이도록 국립공원 월출산 앞에 세워놓은 형상이 되었다고나 할까?

전국에도 이렇게 임대아파트를 짓다가 공사가 중단돼 폐콘크리트 건물로 방치된 사례가 많았다. 실제, 2005년 필자가 국민주택기금 감사를 해보니 ‘임대주택 100만호’ 공약에 따라 정부가 토지 매입비부터 공사비까지 대부분을 국민주택기금으로 지원 대출하다 보니 사업성이 없는 곳의 싼 땅을 매입하여 비싼 값에 산 것처럼 단가를 부풀리고 공사 하도급을 주면서 설계가보다 60%대로 후려치기하여 30~40% 공사비 차액을 챙기는 수법으로 국민주택기금을 빼먹기 위한 임대주택사업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지경이었으니 공사 중 부도는 자연적인 현상이었고 어떤 사업장은 임야에 터 파기하다 부도 처리하고 사업시행사 법인은 폐업 신고하고 도망쳐버린 사업장도 있었다.

필자는 군서의 임대주택사업은 성실히 하였고 사업시행사는 아직도 폐업하지 아니하고 살아 있다고 믿고 싶으나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돈을 못받은 유치권자가 2015년까지 현장에서 유치권 행사를 하고 있었다고 하니 안타까운 현실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폐콘크리트 군서흉물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하여 그 실태를 분석을 해보면 부도사업장에 지원 대출한 국민주택기금은 이미 결손 처리되었을 것이고, 유치권자도 유치권행사로 채권소멸 시효 중단을 막을 수 없으니 15년이 지난 지금 콘크리트 타설 공사비 채권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을 것이며 사업시행사는 얼굴도 비출 수 없는 형편에 있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영암에 있는 대학은 학생 수 충원도 어렵고 대불산단 근로자 수도 과거와 다름 없으니 사업성은 점점 악화되는 것으로 보여지므로 LH가 군서흉물을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정비사업 대상으로 선정하여 위탁개발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국토부 산하 LH, 전남개발공사 등 공기업을 위탁사업 대상자로 선정하여 국가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업성이 워낙 안 좋은 현실, 전국에 이런 유형이 다수 있어서 형평성 문제, 비효율 낭비성을 따지는 국정감사 등 감사부담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국토부가 마련한 ‘방치건축물 정비법’에 따르면 군서흉물처럼 장기부도 방치된 건축물에 대하여 수용권, 위탁사업, 정비기금을 설정하여 해결하는 방안을 법적으로 규정하여 제시하고 있다.

필자가 2007년 전남도교육위원을 역임한 김일태 전 군수에게 제안하여 영암군 조례를 만들어 장학기금재단을 만든 것처럼 ‘방치건축물 정비법’을 참고하여 민간주도로 사업성을 찾아 보아야 그나마 희망이 있다.

장학기금처럼 영암군귀농귀촌조례에 ‘귀농귀촌 기금조성 조항’을 추가 개정해서 재경ㆍ재광향우들 중 잘사는 사람들이 기부를 하도록 하고, 그 기금과 국고보조금 등으로 군서흉물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재개를 하면 임대주택 297세대를 공급하여 어려운 타향살이 향우들이 고향가서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이런 기금모금 고향사랑 캠페인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연히 귀농귀촌 수요가 증가하여 관외에서 사업성이 회복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고향에 귀촌하고 싶어도 3~4억원에 달하는 집 마련 비용 지출을 선뜻 하기가 곤란하다. 대개 소득분위 중위그룹 이하의 귀농귀촌 그룹에서 위 금액을 투자하기도 쉽지 않은데 귀농귀촌이 싫어질 때 팔아서 현금화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귀농귀촌사업은 장학기금처럼 민간이 관리ㆍ운영하는 기금재단으로 발족시키고‘방치건축물정비법’에 정비기금조성 규정이 있어서 공직자들에게 책임성 등의 부담이 전혀 없게 된다.

영암군의 관민 모두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좀더 창의적이고 적극성을 발휘하는 등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의 진단처럼 혁신을 수반한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여 30년 후에 번영하는 영암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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