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경 학산면 유천마을 월출산힐링팜(향기찬 꽃차) 버들샘영농조합법인 대표 학산면 생활개선회부회장

“우리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3월 8일은 112주년을 맞는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2020 세계 여성의 날 조직위는 올해 ‘각자의 자리에서 성 평등’을 실천하자고 제기했다. 비록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행사와 집회는 취소되거나 연기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차별 철폐와 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들은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멕시코는 3월 9일 3천여만 명(전체 여성의 절반 정도)이 ‘여성 없는 하루’ 파업에 참여하여 만연한 여성폭력-성폭행이나 가정폭력 살해, 여성 증오범죄-에 분노하였고, 이러한 범죄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대처와 처벌을 촉구하였다. 브라질, 칠레 등 남미의 다수 국가에서도 수십만의 여성들이 나와 각국 정부의 여성폭력에 대한 미온적 태도에 강력히 항의하였다. 멕시코에서는 평균 하루 10명 이상의 여성폭력(살해)에 희생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는 여성 참정권 운동의 선구자들이 제기한 ‘말 대신 행동으로’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시위에 나왔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가부장제 바이러스! 성폭력 남성’들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였고, 살해된 여성들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도 12만 명의 시위대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성차별이 더 치명적이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스페인은 남녀차별 철폐와 여성권익 향상을 걸고 24시간 동맹파업을 단행했다.

남성들과 같은 수준의 ‘빵’과 ‘장미’를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뉴욕에서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하며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받던 여성 섬유노동자 1만5천여 명이 ‘We want bread, but roses, too!’(우리에게 생존권과 참정권을 달라!’)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을 계기로 여성들은 ‘정치적 권리 인정’을 요구하였으며, 미국에서는 1909년부터, 독일에서는 1911년부터 그와 많은 나라들이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진행하다가 1975년 UN이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함으로써 전 세계 여성들의 연대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여성들이 주장한 ‘남녀평등’은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존엄하며,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오로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남성에 의한 가정폭력, 성희롱, 성추행을 사회가 용인해선 안 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 평등을 실천해야

우리 한국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 처음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하였으나 소수 선각자들의 움직임에 그쳤다. 이승만정권 시절 여성 상공부 장관(임영신)은 취임 후 “서서 오줌을 누는 사람들이 어떻게 앉아서 오줌을 누는 사람에게 결재를 받으러 가느냐”는 남성 직원들과 맞서야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제대로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민주화운동이 가열찼던 1985년이 되어서다. 그리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여성의 날’이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29개 회원국 중 성별임금격차(남녀 간 평균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 OECD 회원국의 평균이 16%인데 비해 한국은 37%로 무려 2배에 가깝다. 즉 한국 여성들의 임금 수준이 남성들 임금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결국 주 5일, 1일 8시간 노동으로 산출하면 여성들은 매일 오후 3시부터 퇴근까지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올해도 한국 여성단체들은 3월 8일 ‘3시STOP여성파업’ 캠페인을 전개했다.

또한 직장 내 성평등을 평가해 근무여건의 열악한 정도를 말하는 ‘유리천장지수’도 한국은 OECD에서 6년째 꼴찌를 기록하여 여성이 일하기 최악의 나라로 꼽혔다. 한국은 성별임금 격차 뿐 아니라 여성 관리직 비율과 여성임원 비율, 노동 참여율 및 국회 내 여성의원 비율에서도 하위권을 차지하였다.

다른 한편 가부장제문화에 의한 여성비하, 남편에 의한 가정폭력, 강남역 살인사건 등 여성 혐오범죄 그리고 #미투(metoo)운동에서 제기된 성폭력, 성희롱, 성추행 범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를 해결할 법과 제도 개선을 국회와 정부는 외면해왔다.

이제 곧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다. 해서 올해 한국여성대회 슬로건은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페미니스트 정치, 바로 지금!’이다. 여성들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성차별의 세상을 바꿀 정치인으로 직접 나서고, 또 그러한 정치인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지금껏 성차별, 성폭력 현실을 방치하던 구태의연한 세력들을 더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성 평등을 이루어낼 법·제도, 정책을 이루어 낼 ‘성평등 국회’를 이번에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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