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번기를 맞아 농촌들녘이 분주하다. 농사는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때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가 오래 전의 민원제기에도 늑장대응으로 일관하다 피해를 입은 농가의 항의를 받고서야 뒤늦은 대책에 나서 입살에 올랐다.

이번 사례는 비록 서호면 금강리 박모씨의 경우에 국한된 일이지만 농사를 짓는 농업인 누구에게나 한번쯤 당할 수 있는 일이기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박씨는 지난 5월 26~27일 내린 비로 마을 앞 논 수백 평이 논둑까지 잠기는 바람에 모심기를 위해 가져다 놓은 모판이 물에 둥둥 떠다니는 꼴을 보아야 했다. 원인은 이틀간 내린 비 탓도 있지만 인근 농수로에서 역류한 물이 논둑까지 넘쳐흘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농수로가 토사와 무성하게 자란 수초에 막혀 제구실을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인근 농수로에는 성인키와 맞먹을 정도의 수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물 흐름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비만 오면 빗물이 수초에 막혀 논으로 범람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박씨는 지난해부터 농어촌공사 영암지사에 수차례 통사정을 했다. 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농어촌공사는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모내기를 준비하던 박씨는 우려했던 사태를 맞고 분통을 터뜨렸다. 농수로 정비가 시급했지만 농어촌공사는 인력과 장비 탓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영농에 차질을 빚게 하고 말았다.

농수로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방치되면서 영농에 막대한 차질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모내기 이후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많은 농경지가 장마와 태풍 등 우기철만 되면 침수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모가 3~4일만 침수돼도 벼 생육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는 것이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농업인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공기업이 최소한의 애로사항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농어촌공사는 갈수록 어려운 농촌의 현실을 감안하여 농업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길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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