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인 덕진면 금강리 금산마을 전 목포고·구림공고 교수직수석 현 제주양씨대종회 회장 법선당 원장

민주주의에서 선거제도는 매우 좋은 제도이나 선거하는 선거권자들의 훌륭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칫하면 전체적 발전은 뒷전이고 눈앞에 나의 만족 욕심에만 보이기 쉽다. 나의 앞이 놓인 복주머니에만 만지작거리며 찍다가는 이 사회의 평형감각은 사라지고 만다. 득표수에만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불나방에 속아서 찍었다가는 사회가 평형감각을 잃고 어지럼증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결국은 세월호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가 발전하면서 매년 커다란 선거를 치른다. 금년에는 조합장 선거로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른 모습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래의 영암을 생각하며 큰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이번에 뽑히는 조합장들은 영암미래의 실물경제에 커다란 영향권에 있는 경제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 이곳 영암 땅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스스로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즉 나는 아무것도 없는 빈손으로 일구어 낸 자수성가한 나의 철두철미한 노력의 덕이라고 자화자찬이 대부분이다. 사실은 잘 길러주었던 그러지 못하였던 이 땅에서 적응하고 이겨낼 수 있는 지혜를 일깨우게 해준 부모님의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그 절반은 당신이 대한민국 영암 땅에서 태어났다는 데 힘입은 것이다. 우리의 영암이 풍요롭고 융성하다 해서 영암군민 모두가 풍요롭고 행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혼란스럽고 가난하고 폭력과 무질서가 판치는 고을에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로운 훌륭한 삶을 누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주어진 기회를 살리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그러한 기회를 만드는 것은 국가이며 그 고을을 이끄는 지도자이다. 우리는 삶이 행복한 훌륭한 고을에서 태어나서 살고 후손들에게 더 훌륭한 고장을 만들어 물러주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다.

우리나라는 주권자인 국민들로부터 뽑힌 자가 국민을 위하여 다스리도록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잘 잡혀진 나라이다. 이 제도를 잘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영암을 잘 발전시키고 그늘진 곳 없이 골고루 행복해 하는 영암으로 이끌어가는 따뜻한 마음을 갖추고 있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우선은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자리만을 탐하는 자는 뽑아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감언이설로 같이 나누어 먹자며 유혹해도 그러한 자를 구별해 내는 능력을 영암사람 모두가 갖추어야 한다. 먼저는 진정한 영암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과 능력을 갖춘 자를 뽑아야 한다. 더는 미래의 영암을 책임질 다음세대를 잘 길러낼 수 있는 자를 뽑아야 한다. 이미 뽑아 놓은 우리의 지도자가 악행을 하고 일을 하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임기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더 잘 뽑으면 된다. 우리에게는 다음이라는 기회가 또 오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주권을 가진 조합원이 나를 대신할 경제활동의 인재를 뽑는 행사이다. 즉 인사권자가 하는 인사발령의 기회이다. 조합장의 자리에 적임자를 뽑아 앉히는 일이다. 이 경우 두 가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하나는 남보다 뛰어난 어떤 실적을 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숫자적인 성과보다는 일을 책임감 있게 처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 업무 효율을 어떻게 높여왔는지, 조합원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어떤 동기를 부여 해왔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인정하고 중시하는 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비전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조합원 전체에 공유하고 조합원의 이익을 어떻게 우선시 하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인사가 등용되면 젊은 사람들은 ‘저래도 되는 구나’하는 잘못된 신호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기강도 해이해지게 된다. 오늘은 그냥 넘어갈지 몰라도 영암의 내일은 암담해진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요구되는 조합장상도 변한다. 전에는 부지런하고 이해를 잘하는 성실한 조합장을 필요로 하였으나 이제는 문제해결 역량을 갖추고 서로 협업하는 능력이 탁월한 창의적인 조합장을 필요로 한다. 앞으로 큰일을 해보길 바라는 조합장을 뽑으려는 조합원이라면 청소년 때부터 ‘꿰뚫어 보는 힘’과 ‘관계를 알아내는 힘’을 가진 자를 뽑아 자리에 앉혀야 한다. 한마디로 ‘생각하는 힘’이 탁월한 후보를 뽑아야 우리 조합의 활력이 넘치게 되어 미래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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