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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웅 선생과 메세나
영암문인협회 회장

‘메세나(mecenat)’라는 용어는 문화 예술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로마의 정치가 가이우스 마에케나스(Gaius Maecenas, 70~8 BC)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로, 기업의 문화후원을 가리킨다. 1994년에 발족된 한국의 한국메세나협의회는 2013년 2월 이름을 한국메세나협회(Korea Mecenat Association)로 변경하여 활동하고 있다.

하정웅 선생의 메세나 운동은 재일동포 화가 전화황의 작품을 구입하여 7년 준비 끝에 작품집을 발간하고, 1982년에 도쿄, 교토, 서울, 대구, 광주를 순회 전시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하선생이 사업으로 번 돈 대부분을 재일동포 화가들의 작품을 구입한데 사용한 것은 재일동포들이 겪었던 아픔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치유를 통해 인권의 신장, 인류의 평화와 실현을 호소하는 자신의 기도였다. 하선생은 자신의 기도를 ‘일제의 식민지 정책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이나 학대받은 사람들, 사회적 약자, 역사 속에서 이름도 없이 수난 받은 사람들을 위한 인간의 아픔으로서의 기도’라고 말했다.

필자는 2007년 4월 9일부터 27일까지 18일간 하정웅 선생의 자취가 남은 일본의 기요사토, 세이텐인, 아키타 지역을 취재하고 촬영했다. 그해 하선생님이 왕인문화축제에서 내게 일본에서의 자신의 자료를 정리하고 싶은데 함께 가서 10일간 촬영해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을 때 선뜻 응했다. 그 분의 자취가 너무도 궁금해서였다.

한편으로는 한 사람의 자취를 촬영하는데 그렇게나 많은 날이 필요할까 하고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막상 하선생의 자취들을 답사하면서 한 인간의 시대정신과 고향사랑 그리고 인류애가 담긴 대서사시가 일본에 끝없이 펼쳐져 있음을 보았다. 하릴없이 10일로는 부족해서 촬영기간을 8일 더 연장했다.

영암태생의 부모님을 모신 하선생은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해에 오사카에서 가난한 재일교포 노동자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두 개의 조국을 가진 하선생은 일본으로부터 신분에 대한 차별과 피해를 당하면서 오히려 경계를 초월한 인간의 존엄한 가치와 인류애를 키워갔다.

성공한 사업가로서 재일한국인문화예술협회 회장을 지내면서 교포화가들의 전시회와 작품수집, 화집발간 등을 지원하여 교포예술인들의 위상을 높여 왔을 뿐만 아니라,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동포들의 명단을 찾아 일본사회에 알리고 위령탑을 세우는데도 앞장섰다.

영양실조로 시력이 약해질 정도로 방황하던 시절, 기차를 타고 가다가 무작정 내린 기요사토에서 일본 농업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미국인 폴 러쉬 박사를 만나 경계를 초월한 이웃사랑을 배웠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조선에 들어와 조선의 민예를 연구하며 조선민족미술관을 건립하고 조선인과 조선을 사랑하여 조선에 뼈를 묻은 다꾸미 형제의 기념관을 그곳에 세웠다.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그 정신을 배우도록 고려대, 와세다대, 조선대 등 미래를 이끌어갈 한국과 일본의 청년들이 참여하는 청리 은하숙을 매년 그곳에서 개최했다.

국내의 8개 공공미술관과 박물관, 대학에 40년간 수집한 1만 여점의 미술품을 기증하여 우리나라 메세나의 선구자로 알려진 동강 하정웅 선생의 삶과 정신을 이해한다면 여러 미술관에서 왜 살아있는 사람의 흉상을 만들어 놓는지를 알 것이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왜 그의 강연을 경청하고 감동하는지를 알 것이다.

지난 2017년 3월에 열린 광주광역시 하정웅미술관 개관식에서 김정숙 여사는 하선생의 고국사랑과 메세나 운동에 경의를 표했다.

청년작가 발굴과 지원을 위해 시작한 제18회 하정웅청년작가 초대전에 참석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위원장은 그동안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준 하선생의 노고에 깊이 감사했다.

그처럼 평생에 걸쳐 진행된 메세나 정신이 곳곳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필자는 18년 가까이 하선생님의 활동을 카메라에 담았다. 광주와 영암은 하정웅의 뿌리 깊은 고향이다. 그는 고향처럼 열린 세상, 하나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 그가 디자인하여 자신의 저서마다 새겨 넣은 5대주 마크가 있다. 자신의 철학을 담은 그 심볼 마크의 뜻은 ‘지구도 하나, 인류도 하나’이다.

그런데 그 고향에서 부당한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하정웅 선생을 고발하는 보도를 했다. 하선생을 뒷바라지 해온 가족이 충격에 휩싸여 있다. 필자도 너무 슬프다. 하선생님이 내게 늘 하시던 말씀은 ‘노당당(露堂堂)’이다. 모든 일이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나길 바란다.

박철  photopark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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