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ㆍ특집 기획
쌀 수입 개방으로 위기의 농촌, ‘그린투어리즘’으로 새 활로 찾아
  • 일본 오오이다 현=문배근 기자
  • 승인 2017.11.03 13:48
  • 댓글 0
일본 오오이다 현 아지무 읍에 있는 농촌민박 ‘백년의 집’. 주인 마사코 도키에다 씨가 건축한 지 120년이 된 집 앞에서 미소를 띠며 서 있다.

농촌민박 체험 중고생 효과 커 날로 증가추세
전용 사무국 두고 민박농가 연결…도시민 힐링 

일본의 농업·농촌 환경도 세계화·개방화에 따라 한국의 농촌현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일본의 농민들은 미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며 끊임없이 변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한국의 농촌과 다를 뿐이었다.

1994년 UR(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끝나기 전까지 당시 호소가와 일본 총리는 쌀수입 개방은 절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일본 쌀 수요량의 4%인 20만톤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쌀값은 계속 떨어지고 전체 논의 37%가 휴경농지로 변했다. 농가소득이 줄어들고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농촌지역 활성화 문제가 대두됐다. 농가 민박이나 농가 레스토랑, 농산물 직매소 등은 바로 이 때 생겼다. 과거 농사만 짓던 방식에서 세계화·개방화에 맞서 농촌을 살리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던 것이다. 그 중에 농촌 민박으로 성공한 지역이 있다. 바로 일본의 아지무(安心院) 읍이다.

농촌체험 민박마을 아지무 읍

아지무 읍은 일본 오오이다(大分) 현의 북부에 있다. 전형적인 농촌이다. 농가인구는 약 2천500호에 이른다. 예전 8천호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주변에는 산이 많다. 이 때문에 경관이 아름답다. 이곳 역시 쌀과 포도, 딸기, 화훼농사를 많이 지었지만 수입개방으로 위기가 닥쳤다. 고령화로 노동력은 부족한데 땅에 농사만 지어선 살아갈 수 없었다.

이 때 포도농사를 짓던 미야다 세이이치 씨가 중심이 되어 ‘그린투어리즘 연구회’를 발족시켰다. 1996년 무렵이다. 농민들과 상공회의소, 주부, 교사, 공무원 등 지역에 사는 30여명이 뭉쳤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성별과 나이·직업을 초월한 연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연구회는 아지무 읍의 특성을 살린 활로모색에 나서 그린투어리즘(녹색관광)을 표방하고 나섰다.

즉, 농가가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특산물ㆍ음식 등 상품을 개발하며, 이벤트와 농사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추가함으로써 농촌지역의 농업 외 소득을 올리자는 농촌관광 전략을 세운 것이다.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가활동을 즐기려는 도시민들이 많아지면서 영국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인기를 모았다. 마침 일본 정부에서도 ‘농산어촌휴가법’을 제정해 농가소득 증대 및 농촌환경 보전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그린투어리즘 정책을 폈다.

아지무읍 그린투어리즘 연구회는 ‘풍요로운 농촌’을 목표로 새로운 농촌경영을 추구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폐쇄적인 농촌사회의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읍 주민 전체의 연대적인 생활을 통해 상호 공생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사무국 직원을 두고 연중무휴로 관련 정보의 수집을 통해 그린투어리즘을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시켜 나갔다. 그 결과 연구회 발족 10년이 지나 회원수가 380명의 대규모 조직으로 거듭났고, 농촌민박 체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초창기 100여명에 불과했으나 10년 만에 5천명까지 늘어났다. 이 가운데 한국인이 한때 700여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한국어 강좌도 열고 한국인 전문 민박집도 생겼다. 볏짚쌓기 대회 등 이벤트도 개최, 관심을 끌어 모았다.

아지무읍 연구회 사무국장 쓰바사 아베씨

아지무읍 그린투어리즘 연구회 사무국을 방문했다. 사무국에는 4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농박체험 사무를 관장한다. 학교나 여행사 등과 연계해 농박 체험자를 발굴하고 민박농가와 연결해준다. 체험활동은 야채 재배와 수확, 포도·벼농사 체험, 고기잡이 등 다양하다. 최근 농박체험 80%는 학생들이다. 사무국은 민박농가로부터 중개수수료 10%를 받는다. 수수료는 사무국 직원들의 월급과 운영비로 사용한다. 사고에 대비해 단체보험 가입도 의무다. 회원증을 발급해 10번 숙박하면 가까운 친척이 되고 애경사에도 초청받는다고 한다. 

사무국장 쯔바사 아베(安部 翼)씨는 “60대 후반의 30여 농가가 민박에 참여하고 있는데 중고생들에게  교육효과가 커 매년 학생들의 체험학습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 그대로의 멋이 경쟁력

 

일본 시골밥상

이처럼 그린투어리즘이 성공하기 까지는 아지무 읍의 행정과 주민이 단결해 이뤄낸 결과다. 읍사무소에 ‘그린투어리즘 협의회’를 별도로 설치해 주요 시책을 체계적으로 정착시켜 나갔다.
농업만이 아니고 경관, 교육, 복지 등을 아우르는 지역의 문화를 그린투어리즘에 접목하고 직업이나 나이를 초월해서 상호 연대함으로써 지역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회원제 농촌믹박은 ‘아지무 방식’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그린투어리즘의 선진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지금도 일본 문부성에서는 중·고등학생에게 연간 일주일 이상 의무적으로 농촌체험을 하도록 지침을 정해놓고 있다. 교육적으로 농촌체험 학습의 필요성을 정부에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도 농촌에 있는 자원을 그대로 활용하며, 짭짤한 농외소득과 함께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손님을 맞고 있다.

아지무 읍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백년의 집’을 찾았다. 집을 지은 지 120년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백년의 집으로 불린다고 한다. 산 중턱에 자리한 백년의 집은 10여 호 남짓한 조그만 마을에 있었다. 비좁은 비탈길을 따라 오르니 집 입구에 작은 헛간이 보인다. 그 안에는 닭 몇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집 앞에 펼쳐진 벌판에는 노랗게 물들은 벼가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다. 한국의 농촌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백년의 집, 마사코 도키에다씨

집 주인 마사코 도키에다(65·時枝仁子) 씨가 정성껏 마련해준 저녁식사는 단촐했다. 오뎅을 넣은 된장국과 고등어구이, 해조류 절임 등 일본의 ‘시골밥상’ 그대로였다. 직접 재배한 콩으로 된장을 만들고 텃밭에 가꾼 채소로 손님을 대접한다. 이 집에는 연간 400여명이 다녀간다. 필자도 하룻밤 묵는데 15만원 가량을 지불했다. 얼핏 계산하니 6천만원이다. 한 달에 대략 500만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해마다 전체 수입의 20% 가량은 집을 보수하는데 쓴다고 한다.

남편은 농사일을 하며, 손님을 맞는데 일조했다. 손님들이 방문하면 동네 목욕탕에서 샤워할 수 있도록 데려다 주고 대기했다 다시 싣고 왔다. 이웃 집 목욕탕도 함께 돈을 벌수 있는 협업체제가 잘 된 듯 했다. 몇 해 전까지 부모를 모시며 3대가 함께 살았으나 지금은 아들 내외와 민박집을 운영하며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흐뭇해 한다. 친절함이 몸에 밴 마사코 씨의 해맑은 얼굴, 불편할 것 같지만 조상들이 물려준 집을 헛간이라도 온전하게 보전하며 사는 마사코 씨 부부의 농촌생활에서 변화만 추구하는 우리나라 농촌의 모습을 되짚게 된다.

일본 오오이다 현=문배근 기자  @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