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할머니 20여명 ‘소망의 나무’ 1권 마쳐

왕인문해학교 10기 학파교실 학생과 담당교사 전성원·윤승희 담당교사 등 20여 명은 지난 3일 교재인 ‘소망의 나무’ 1권의 학습을 7개월 만에 모두 끝내고 첫 시작과 마침을 기억하는 책걸이 행사를 가졌다.

서호면 학파교실은 윤태봉 마을 이장이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영암군에 적극적으로 문해교실을 추천해 지난 2016년 12월 처음으로 운영하고 올해 첫 책걸이 행사를 열어 의미가 깊다.

전성원 교사는 “처음 글자를 만난 학파교실 학습자들을 위해 한글 기초를 다양한 교수법으로 지루하지 않고 쉽게 지도하다 보니 7개월이 걸렸다. 또 첫 배움에 있어 어린 학생들 보다 더 진지하고 열의를 가진 어르신들의 눈빛을 보면 열성적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며 “그냥 시간만 때우는 것이 아닌 학생과 선생이 하나가 돼 배움의 길을 열고 정신·육체적인 건강까지 챙기는 것이 영암만의 문해교실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학파 교실에서는 학생에게 지원하는 책가방에 성인문해 교과서, 학용품을 넣어줘 첫 글 배움의 설렘과 즐거운 마음을 주었고 교실이 열리는 기간 폭염을 피해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마을회관에서 한글공부와 종이접기, 노래, 만들기 등 다양한 수업을 펼쳤다.

장장 7개월에 거친 수업을 마치고 책걸이 하던 날, 학파교실에 다닌 학생들은 저마다 추억을 이야기하며 학습을 무사히 끝내고, 글에 눈을 뜨며 더욱 나아진 모습에 감격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문해 학교장과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까막눈이었던 한 학생은 “돌아서면 글자 배운 것을 잊어버리고 제대로 쓰지도 못했지만 꾸준히 다시 배워 이름을 쓸 수 있게 되어서 좋았고, 이것만으로도 한을 푼 것 같다”면서 “문해학교 교장과 선생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색종이 접기할 때는 손가락이 굳어서 힘들었지만 손자들이 내가 스케치북에 붙여 놓은 것, 만든 것을 너무 예뻐서 가진다고 가져가 버렸다”며 자랑했다.

조순예 학생의 광주에 사는 자녀는 “글을 배우는 어머니 모습이 늘 밝아 좋았고, 결석하면 안 된다면서 광주 오시면 부랴부랴 가셨다”며 “자식들이 부모의 글 배움에 도움을 못 드려 안타까웠는데 문해교실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책걸이 날 아이스크림을 선물했다.

왕인문해학교는 학생들이 글자를 배우고 익힌 성취감으로 자존감을 찾고 배우는 기쁨을 마음껏 풀어 보는 자리를 만들고 앞으로도 즐겁고 재밌는 학습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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