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적산 마실길에 나서다(15)
소산리 송산마을

송산저수지 맞은편에서 바라본 송산마을 전경. 뒷동산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아 송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새벽부터 뻐꾸기 우는 소리에 일찍 잠을 깼다.
무슨 사연이 있어서 애타게 우는지 모르겠지만 소쩍새 울음소리 보다 더 구슬프게 들린다.
이른 아침부터 마당을 거닐다가 안채 곁에 있는 감나무 아래 수북이 쌓여있는 감꽃을 보았다. 감꽃은 크기가 작고 색깔도 화려하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는 소박한 꽃이다.
어린 시절에는 먹을 게 귀해서 장독대 위로 떨어진 감꽃을 주워 먹었었다.
소녀들은 감꽃을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 차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감꽃을 먹는 소년들도, 목걸이를 만드는 소녀들도 마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감꽃 지던 날                  
김창오

오월 모진 비바람이
담 넘어 휘몰아쳐 오면
뒤뜰 감나무 밑 장독대는
노란 감꽃으로 뒤덮였다

눈감으면 생각난다,
하나 둘 정성껏 감꽃을 줍던
이웃집 소녀의 모습이

실에 꿰어 만든 감꽃 목걸이는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여름 땡볕에 감이 익어갈 때
그녀도 함께 익어갔다
곰붉은 홍시는 나와 눈이 마주칠 때
그녀의 두 볼을 닮았다

가을은 언제나 감나무 가지 끝에서 왔다

두어 개 남은 까치밥마저
찬서리에 무너져 내리던 어느 초겨울 밤,
들판을 가로질러온 매서운 도회지 바람이
온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다

마을 고샅길은 뒹구는 감나무 낙엽들로
가득하고
소녀들은 하얀 얼굴로 작별인사를 했다

지금은 세계화의 시대,
오월 황사 비바람 스산하게 불어오면
팔순 함평아짐 홀로 사는 슬레이트집
송곳 철대문만 바람에 덜컹대고
늙은 감나무 밑 장독대 위엔
허연 감꽃만 비에 젖어 수북이 쌓여있다.

송산(松山)마을 지명 유래

월평마을에서 학파로를 따라 조금 걷다보면 서쪽으로 제법 큰 제방이 나온다.
제2 학파저수지 제방이다. 송산마을은 이 저수지 위에 자리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학파농장이 형성되기 이전에는 은적산이 있는 서쪽을 제외한 동·남·북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반도를 이루고 있었다.
마을 뒷산에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서 소나무 송(松)자와 뫼산(山)자를 따서 송산(松山)이라 하였다.
이천서씨, 천안전씨, 광산김씨 등 여러 성씨가 어울려 정겹게 살아가고 있는데 대부분 임진왜란 이후에 입향한 것으로 추정된다.

300년 된 송산리 주엽나무

이곳에서는 다른 마을에서 보기 힘든 주엽나무라고 일컫는 당산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
마을회관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는데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수종:주엽나무, 수고:20m, 수령:300년, 쥐엽나무라고도 하며 꽃은 녹색으로 6월에 피며, 잡성1가화이고 총상꽃차례에 달린다.
꽃받침 조각과 꽃잎은 5개씩이고 수술은 9~10개이다. 열매는 협과로 비틀리며 길이 23cm, 나비 5cm로서 10월에 익는다.
가시는 소종ㆍ배농 등에 열매는 거풍ㆍ거담 등에 사용한다.
가시가 없는 것을 민주엽나무, 열매가 꼬이지 않고 약간 굽는 것을 아자비과즐, 가시가 굵으며 그 단면이 둥글고 열매가 꼬이지 않는 것을 중국주엽나무라고 한다.”
민간에서는 열매를 약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민간요법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편도염 치료 -주엽나무 열매를 하루 15∼20g씩 물에 달여 2번에 나누어 끼니 사이에 먹는다. 급성 편도염은 2∼6일 복용하면 낫는다. 중풍으로 말을 못하고 입을 열지 못하는 증상에 가루내서 잇몸에 바른다.”
 
송산 저수지와 송산정

송산마을은 동쪽으로 월출산과 너른 들녘을 내려다 보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데 꽤 큰 저수지가 마을과 붙어 있어서 호수에 비치는 주변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월출산의 일출과 월출이 이 저수지에 그대로 반영된다. 저수지 바로 곁에 송산정이 있어서 주민들의 무더위 쉼터로 애용되고 있다.
주엽나무도 송산정 바로 앞에 자리하여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마을회관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군서면 모정마을과 비슷한 풍광을 느낄 수 있다.
동쪽으로 전개된 월출산과 들녘과 호수, 그리고 호수에 인접한 마을 - 꼭 쌍둥이처럼 닮은 풍경이다. 다만 송산저수지는 땅 소유권이 농어촌공사에 있지 않고 5명의 개인에게 있어서 모정마을처럼 수변 산책로를 조성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귀농·귀촌마을로 각광

이장 전철희(53세)씨에 따르면 현재 37가구, 8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협동심이 좋고 인심이 좋아 서로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아름다운 호수가 있고 주변 환경이 좋아서 최근에는 귀농·귀촌마을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현재 송산마을로 귀농·귀촌한 세대만 해도 다섯 세대가 넘는다.
이분들도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주민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외지인들이 이사 오고 싶어도 마땅한 터가 없어서 땅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정도라고 하니 송산마을의 희망찬 미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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