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홍

지천명(知天命)의 나이(50)임에도 해외 유학하기 위해 영어학원에 등록하고, 이순(耳順ㆍ60)을 넘긴 환갑(61)에 조기축구 회원에 가입한 사람이 있다.
또 고희(古稀ㆍ70)에 보디빌딩하려고 헬스클럽에 등록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산수(傘壽)인 팔순(八旬ㆍ80)에 손녀뻘 되는 아가씨와 재혼한 노인이 실제로 있는 세상이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변하는 것일 뿐이다.
세월이 덧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덧없는 것이다.’라고 설파한 법정 스님의 '세월과 인생'이란 주옥같은 말씀이 새삼스레 뇌리를 스친다.
딸이 둘이고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아들 하나에 딸 하나면 동메달이고, 아들만 둘이면 목메달이라고 한다.
그리고 딸이 시집가면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요, 아들이 장가가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란 우스갯말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러나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가구가 늘어가고 있으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2015년 기준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7%인데,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하는 가구 또한 4가구 중 1가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고령화와 미혼 인구의 증가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필이면 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것인가. 반려동물이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이점으로 사회관계의 결핍이나 제한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개개인에게 애정과 동료애 그리고 건강한 생활을 위한 활력소를 제공 할 수 있다.
개나 고양이는 주인의 애정을 조건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사회에서 위축된 생활로 인해 친구, 가족, 동료들과의 만남을 회피하고 자신의 울타리만 지키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까지 그들의 울타리를 제한시키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반려동물은 그들과 사회를 이어주는 울타리가 되어준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일찍이 시니어와 실버들이 나이든 삶을 멋지게 살게 하고 편안하게 디자인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복지사회 차원의 과제로 등장, 다양한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 시니어들의 놀이터라 할 수 있는 매더카페 플러스도 바로 이러한 역할을 맡아 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시니어를 위한 '스타박스'라고 불리운 매더카페 플러스에서는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이터테인먼트는 Eat와 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먹는 것을 중심에 두고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시니어와 실버들이 직접 어떤 요리를 만들고 난 다음, 그 요리를 함께 시음하고 영화를 본 후, 그 영화 속에 나온 음식점을 함께 방문하여 시식함으로서 상호간의 우의를 다지고, 먹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과 일본의 시니어와 실버 비즈니스 벤치마킹을 통해, 고령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다각적으로 개발 연구하여 교육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추세다.
인간의 수명은 대체적으로 120~125세로 본다. 우리는 65세부터 노년기라 부른다.
요즈음은 100세 이상의 인구가 늘어나 지구촌 고령화 시대가 되었다.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노년에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가치있게 살아가는 노년의 삶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이 듦이 반가운 사람은 없다.
막고자 한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기에 순리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노년의 ‘삶의 질’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일찍이 퇴계 이황 선생은 ‘활인심방(活人心方)’에서 1.사악한 일을 생각하지 말아라(思無邪) 2.좋은 일만 행하라(行好事) 3.스스로 마음을 속이지 말아라(莫欺心) 4.편안하게 행동하라(行方便) 5.자기 분수를 지켜라(守本分) 6.샘을 내거나 시기하지 말아라(莫嫉妬) 7.간사하고 교활한 마음을 버려라(除狡詐) 8.모든 일에 성실하도록 힘쓰라(務誠實) 9.하늘의 뜻을 따르라(順天道) 10.자기 수명의 한도를 알아라(知命限)는 등의 마음을 다스리는 정신을 제시했다.
노년에 아름다운 삶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노년의 아름다운 삶은 차근차근 준비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 120세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노년의 황금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스스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가수 노사연의 노래 ‘바램’ 처럼 사람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고 있음으로….

영암읍 역리 生
 전 동강대학교 교수 (경영학박사)
 늘빛 문화교육연구소 이사장
 영암군 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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