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복
 군서 낭서고택(구 안용당) 대표

 

만물이 생동하는 4월도 중순이 넘어가고 있다. 5월을 ‘녹음방초 우거진 계절’이라고 한다.
5월 초순쯤이면 삼라만상이 녹음으로 변하여 온 산과 들에 식물들의 가지와 잎이 진한 녹색으로 변해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유별나게 대나무 만큼은 연중 파란색으로 있다가 4월 말경부터 5월을 지나 6월말까지는 단풍이 든다.
그것은 댓잎 대신 죽순이 올라오느라 몸살을 앓다가 잎이 떨어지고 단풍이 되어 연중 가장 보기 싫은 모양을 띤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대나무의 생리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나무를 갖고 있다 보니 보통식물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번식을 목적으로 옮겨 심으면 뿌리의 번식력이 약해 3~4년이 되어야 죽순이 올라오고 그것도 번식력은 2~3년 정도에 그치고 만다.
그러면 그 이후에는 계속 연달아 해마다 기후조건에 따라 많이 올라오기도 하고 적게 올라오기도 하는데 올라오는 시기 1주일 전에만 비만 많이 와주면 일시에 의외로 많이 올라온다.
그래서 우후죽순(비온 뒤에 죽순난다)이란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3년 전 왕인박사 유적지 송죽관 앞과 상대포 물가에 심기 위해 200주와 300주를 업자의 사정에 못이겨 팔아준 적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하나도 죽지 않고 100%가 살아 가져간 사람은 물론 분양한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같은 날 같은 시에 똑같은 조건으로 압해도로 가져간 대나무는 겨우 40% 밖에 못 살렸다니 대나무를 가꾸고 성장을 본 나로서도 아직 이해가 안 간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나무는 심고 살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번식이 더욱 중요하다.
금년 봄에 모(某)인이 나에게 와서 하는 말이, “작년에 상대포에 죽순이 하도 많이 올라온 것을 보았는데 이튿날 아침에 가보니 한 개도 없이 모두 끊어가 버렸다”고 서운해 했다.
그 말을 들은 나 역시 내 것만큼이나 아까운 생각이 들어 행정당국에 부탁을 드리고 싶다.
금년만이라도 행정기관의 주무 부서에서 관심을 가져주면 하나도 허실 없이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대나무 팔아먹은 죄(?)로 간곡히 부탁드린다.
담양 죽녹원의 경우 “죽순을 꺾어 가는 사람은 처벌을 받습니다”라는 경고문이 길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그 넓은 죽녹원에 해마다 엄청난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지만 훼손되지 않고 관리가 잘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20자 경고문의 위력이 그렇게 큰 줄은 미처 몰랐다.
구림 사람들은 양반이라서 새끼줄만 둘러쳐 놓고 리본 몇 개만 걸어놔도 감히 손대지 않을 것이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못 꺾어 간 사람들이 바보로 생각할 것 같다. 죽순에서 대나무로 크기를 5년이 넘으면 번식력이 없어진 것이 대나무의 특징이다.
금년에는 행정 당국의 관심으로 하나의 손실이 없기를 바라면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거듭 바란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