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의 송

영암문화원의 향토작가 초대전의 미술개인전을 준비하기 위해 고향마을을 방문해 인사차 방문한 나를 만난 어르신은 언제부터 그림쟁이가 되었냐는 질문이다.
그림을 너무 잘 그린다는 소박한 표현일 것이다.
쟁이는 좀 낮게 보아 부르는 말일 것 같다.
선비사(士)나 스승 사(師)는 아니더라도 쟁이를 붙이는 것은 좀 마뜩잖은 표현이지만 어른들이 붙여주는 말이니 감사하게 생각한다.
쟁이답게 이제부터는 좀 더 열심히 신토불이(身土不二)작품 활동을 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전시실에 들어가 한 바퀴 둘러보는 중에 키가 훤칠한 한 노인이 들어오셨다.
문화원의 근처에 사시는 조동현(90)선생은 이 마을에 사시며 1만여 평의 농사를 하시는 현역 농민이시다.
그림을 감상하시는 모습이 진지하시고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불과 3개월 전 한국의 문화 중심지 인사동 화랑가의 관람객 뒤지지 않는 문화감각을 갖고 계시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관람 중에 할머니도 함께 참석했다.
그 할머니는 문인화를 하신다면서 고향마을 그림과 벌이 꽃을 물고 가는 작품이 표현이 대단히 좋다고 하신다.
서울 인사동만큼 관람객 수는 적어도 농업인, 주변 지역의 지인들이 오셔서 감상하시고 격려해주셔서 고향에서 전시를 하는 색다른 의미와 보람을 느꼈다.
월출산과 호랑이 작품을 본 주민들은 호랑이 관련 전설 이야기를 떠올리며 무척 즐거운 표정이다.
호(虎)동 마을의 전설이 되살아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월출산의 기(氣)와 호랑이의 용맹성이 결합되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영암군민이 되자는 의미가 아니냐는 반문이 금방 튀어나온다.
월출산 주변을 논과 밭의 작물들의 색으로 표현한 작품을 본 주민들은 무척 아름답다는 환호성이 나온다.
그래 이런 방향으로 우리 고장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려면 우리가 무엇부터 해야 하느냐는 반문도 나온다. 스스로 질문하고 자연스럽게 해답도 거기서 나온다.
고인돌이 40기가 있는 고향마을 작품을 본 소생의 깨복쟁이 친구는 그래 여기 냇가에서 하루종일 놀았지? 이 집에 가서 닭서리 하다가 혼 낫지? 등 70년 전 동심으로 돌아가 무척 즐거운 표정이다.
40호 정도의 광암마을 주민에게는 살아있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신토불이적 삶이 21세기에 인간이 살아야 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그리고 여러분이 사는 지금 그 방식이 도시인이 부러워하는 생활방식이라는 작가의 의도가 어느 정도 전달되었다고 인정하고 싶다.
전시기간 중간에 다시 고향에 내려갔을 때는 전에 뵈었던 조 선생님댁에 점심초대를 받았다. 할머니가 준비한 남도 한정식의 맛을 오랜만에 즐길 수 있었다.
탄핵정국의 이야기로 나라 걱정을 하는 촌 노인의 말씀이 마음에 와닿았다. 1945년 해방이 되던 해 목포에 있는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학교에서 해방의 소식을 들었다.
모든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창씨개명한 이름표를 찢어내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교실에 신발을 신은 체 들어가서 만세를 불렀다.
이를 본 일본인 교장은 이렇게 일갈했다. “야 이 바보들아? 너의 나라가 연합국의 힘으로 해방은 되었지만 나라의 독립은 아직 안되었다.
나라의 독립은 너희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요즈음 국내외 나라의 혼란상을 보면서 문득 이 말이 떠오른다는 시골 노인의 나라 걱정이다.
서울 인사동에서처럼 관람자가 많지는 않지만 20여 일 전시기간 동안 드문드문 관람하는 주민들은 옛날의 향수에 젖어 보았고 우리 고향의 미래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신토불이는 살아있는 대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인류의 생존법칙이며, 어떤 운동이나 부르짖음이 아니고 인류의 생존철학이다”는 철학가 이을호 박사의 철학사상도 어느 정도는 전달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아무쪼록, 작가는 물질적 풍요보다는 군립하미술관의 세계적인 훌륭한 미술작품을 감상하며 문화예술을 즐기는 삶이 가능하고, 지역 고유의 전통문화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공존하는 고향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주민 상호간에 협동조합 정신으로 알콩달콩 상생하며 살아가는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이 되기를 소망한다.

   학산면 광암마을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
  전 농민신문사 사장
 한일농업농촌연구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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