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서

지난해 가을쯤엔가영암신문에 기찬랜드가 영암 5?’ 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난 걸 보고 좋은 기사 썼구나.” 했었다그것은 기찬랜드가 영암을 대표할 만한 위락 시설임에는 틀림없으나 영암의 0()’은 아니기에 그리 생각했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많은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외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여러 놀이시설들을 갖추고 군 홈페이지나 각 지역 향우회외부지역에 전단지 등을 통해 자기 군()의 주요시설 등을 알려 세입증대를 꾀하고 있다

영암신문이 지적한대로 영암의 0이란 인위적인 손길이 가지 않은 자연상태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이어야 한다영암 그 곳에서만 볼 수 있는특이하거나 볼 만한 자연현상이어야 한다당시 신문을 본 나는 우리 영암군의 문화의식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됐었나?”하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문화관광과 실무진 한 두 사람의 잘못이긴 하지만 결과는 영암군 전체에 먹칠을 하는 꼴이라 그렇게 생각됐다더구나 우리나라 제2의 금강산이라 일컫는 국립공원 월출산을 하나의 으로만 묶어버리는 데는 무지의 극치라 여겨졌다.

지난해 영암신문 창간 15주년 기념식 때 축사를 하면서 지역에 건전한 언론이 있다는 것을 영암의 기관단체장들은 행복으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그것은 바로 영암신문의 그러한 올바른 지적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당시 자리에 함께 했었던 전동평 군수도 환한 웃음으로 내게 다가와 좋은 말씀 감사하다고 했는데 자리에 함께 했었던 영암군의 다른 기관장들도 아마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자위(?)해 본다.

영암신문에서 낭주골‘ 필진으로 참여해 달라기에 영암을 자랑하고 내 고향 매월리의 이름을 드높이는 얘기만 하리라” 했었는데 지금 나는 본의 아니게 영암군청을 깎아내리는(?)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영암군청을 나무라려는 것이 아니고 영암신문의 건전한 비판을 칭찬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는 점을 군청 실무진들은 알고 오해 없기를 바란다.

얘기를 하다 보니 하나의 건전한(?) 기사를 계기로 사람 사이가 더욱 가까워진 일이 생각난다내가 무등일보 사회부장으로 일할 때다전남도청을 출입하는 기자가 수렵 철을 맞는 전남도가 봄철부터 우리 안에 가둬 키운 꿩을 산으로 날려 보낸다.”는 1단짜리 보도문을 써 올렸기에 그 기자를 불러 이러 이러한 요령으로 다시 쓰라 해서 사회면 머리기사로 쓴 적이 있다내가 그 기자에게 가르쳤던 것은 이런 내용이었다전라남도가 수렵장을 개방해서 얻으려는 지방세(입장료수입도 중요하겠지만 그러려면 꿩을 1년 전에라도 날려 보내자연환경에서 잘 적응토록 해서 사냥꾼들을 피해 재빠르게 휘젓고 도망 다니는 꿩과 엽사가 11의 대결에서 잡도록 해야지우리 속에 가둬 키웠다가 갓 날려 보내 잘 날지도 못하고 푸드득거리다 주저앉는 그런 꿩을 향해 총질을 하도록 하는 것은 일종의 동물학대요사냥꾼의 입맛만 맞춰 지방세 수입만 노리는 잘못된 것이라 가르쳤었다

당시 전라남도 지사님은 대를 이은 공직자 장로 아들 장로님으로같은 기독교인이라는 점에서 나와는 가까이 지내는 사이였다그 분의 아버지 장로님은 현직군수로 계실 때 가뭄이 들어 농사가 어렵게 되자 성경의 사실대로 산에 올라가 기도를 통해 비를 내리게 하시고 아들 지사님은 광주시장님으로 계실 때 도시가스 공장이 폭발하는 대형화재가 나자 시장실 문을 잠그고 진화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시는 일화를 남긴 유명한 예수꾼 가정이었다보도가 나가자 전라남도는 개방키로 한 지역의 수렵을 전면 중단하고 개방의 시기를 1년 뒤로 미뤘다그리고 지사님이 내게 전화를 하셨다. “박 장로님좋은 지적 감사합니다공무원들이 관행대로만 일을 하다 보니” 하시며 고맙다.”는 말씀을 몇 번이나 반복하셨다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 기사 때문에 그 분과의 마음을 주고받는 정이 더욱 깊어지면서 그 분이 나중에 공사 사장을 거쳐 장관으로 발탁되게 하는 일에 내가 앞장서는 사이가 되었다

무엇이 영암을 위하는 길인가?” 얼마 전 영암군이 지자체들 가운데 여러 통계를 근거로 한 다면평가에서 지방자치경쟁력 지수 전국1위를 하자 사설로 칭찬하는 걸 읽고 영암신문이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구나” 했었다잘 한 것은 잘했다 하고 잘못하는 일에는 비판의 날을 세우는 지역사회의 공기(公器)가 되길 바란다.

 

약력
·학산면 매월리
·전 한국일보 기자 ·5·18광주민중항쟁 관련 강제해직
·전 무등일보 주필, 발행인 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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