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국 ·신북면 명동리 生 ·전세네갈 대사 ·광주하계U대회 국제자문대사

호남의 소금강이라고도 불리는 국립공원 월출산의 구정봉이 웅대한 큰바위얼굴로 드러나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 큰바위얼굴은 구정봉의 상서로운 기운을 받아 장차 세상을 이끌어 갈 훌륭한 지도자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이 형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21세기 초엽에 홀연히 등장한 큰바위얼굴은 2009131일 한 사진작가에 의해 그 모습이 드러났다. 작가는 월출산의 대표적인 바위봉우리로 꼽히는 구정봉을 촬영하다가 그것이 사람의 얼굴형상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머리, 이마, , , 입 그리고 수염이 선명한 큰바위얼굴은 턱에서 정수리까지의 길이가 101m로 세계최대의 규모다. 이 큰바위얼굴은 구정봉 봉우리 자체로서 통 바위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머리만 드러내놓고 있는 큰바위얼굴은 높이 711m인 구정봉의 바닥까지 몸이 뻗어 있다.

월출산 큰바위얼굴이 유명해지게 된 것은 수년 전 폭풍우속에 사라진 미국의 큰바위얼굴 덕분이다. 뉴햄프셔주 화이트 마운틴의 정상 부근에는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소설로 유명한 큰바위얼굴’(The Great Stone Face)이 있었다. 사람얼굴의 형상을 하고 있는 이 암석은 이마에서 턱까지의 길이가 13m로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큰바위얼굴은 지구촌에 꿈과 희망을 주는 상징물로서 지역의 주민들은 물론 우리나라의 초중교과서에 45년 동안 실릴 정도로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200353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 심한 폭풍우가 몰아쳐 바위가 무너지면서 큰바위얼굴은 흔적만 남긴 채 사라져 버렸다. 마침 호손의 탄생 200주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충격이 컸다. 하지만 그 사건은 인류의 명물인 큰바위얼굴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기 위해 잠시 모습을 감춘 일이었다. 화이트 마운틴의 큰바위얼굴이 사라지고 58개월이 지난 뒤 그것의 7.8배에 달하는 규모의 웅대한 큰바위얼굴이 다시 세상에 돌아왔다. 바로 인도의 시성 타고르(Tagore)가 노래한 동방의 등불로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월출산으로 말이다.

월출산 큰바위얼굴은 하늘이 열린 날에 빛의 에너지를 받아 나타난다. 큰바위얼굴은 햇빛을 충분히 머금은 후에야 찬찬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계절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아침햇살로 단장을 마친 오전 10시경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여 태양의 에너지가 정점을 이루는 한낮에 얼굴을 환히 드러낸다. 이처럼 큰바위얼굴은 세상을 밝혀주는 빛의 정점, 양기의 정점에서 온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20145월과 201510월 두 차례 월출산에 등정하여 큰바위얼굴을 관찰할 수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서 서쪽을 바라보는 순간 장엄한 큰바위얼굴이 한 눈에 들어왔다. 웅대한 크기와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진지한 표정 앞에서 삼가 옷깃을 여밀게 되었다. 툭 튀어나온 이마, 움푹 들어간 눈, 단정하고 우뚝한 코, 야무진 입 그리고 긴 수염은 영락없는 사람의 얼굴형상이었다. 어쩌면 저리도 사람의 얼굴을 빼 닮았다는 말인가?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하늘이 세상에 안겨준 지상 최고의 자연보물이 아니던가.

오늘날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는 우리나라를 걱정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구정봉에 전래되어 온 예언처럼 월출산 큰바위얼굴을 닮은 이 시대의 위대한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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