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의 송/학산면 광암마을/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전 농민신문사 사장/한일농업농촌연구소 공동대표

 

텃밭에서 흙 한 삽을 떠서 화실로 갖고 왔다흙에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흙 한 삽을 캔버스에 옮겨 보았다생명력 있는 1m의 산으로 보이는 미술 작품이 탄생했다

흔히 있는 지천에 깔린 논밭의 흙은 그냥 얻은 흙이 아니다지표에서 30cm 깊이의 토양층 즉 표토는 1천년 혹은 1만년이 걸려서 신의 도움과 농부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생명의 원천이고 어머니다이 표토 층은 동식물의 부식물등 유기물이 풍부하여 비료성분이 많고 각종 미내랄 성분이 존재한다더욱이 이 표토는 인간이 버리는 오염물질을 끌어안고 다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복원시켜 준다마치 어머니처럼 모든 물질을 포용한다인간이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탄소를 저장해서 공기를 정화시켜 준다요즘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온상승을 억제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즉 물질의 순환과 지구환경의 유지를 위한 순기능을 갖고 있다

이 표토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6조원이라는 발표도 있다이처럼 중요한 표토가 장마 때가 되면 국토의 약 30%에서 30톤이 유실된다고 한다최대 1만년이 걸려서 만들어진 표토가 난개발과 인간의 무관심으로 1년이면 유실되고 만다.

표토 흙을 유한한 자원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텃밭에서 꿀벌 다섯 통을 기르고 있다벌의 활동을 관찰하면서 이들의 협동과 공생의 정신을 볼 수 있었다여왕벌 일벌 숫벌은 각자의 역할을 협동과 공생정신으로 스스로 살아가고 인간에게는 먹을거리와 아름다운 자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매우 소중한 인류의 동반자다꿀벌은 인류가 필요로 하는 식품의 70%를 수정시켜 준다그래서 발명가 에디슨은 꿀벌이 없어지면 인류는 4년 이내에 멸망한다고 말했다인간은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벌에게서 협동과 공생을 배워야 한다벌 한 마리가 1분에 15송이의 꽃을 수정시킨다한 마리가 2분이면 한 사람의 하루 작업량을 해치운다

여름철 날씨가 더울 때는 벌들이 무리를 지어 벌통 밖에 나와서 웅성거린다일벌들이 벌통의 온도를 내리기 위해 둥지 밖으로 나와 날갯짓으로 선풍기 역할을 한다현역에서 은퇴한 노년일벌은 물을 수송해서 내부의 일벌이 일할 수 있도록 도운다물을 잔뜩 들이 킨 배가 불룩한 일벌들은 내부에 들어가 둥지에 매달려 내부 온도를 내려준다꿀벌이 있어서 지구의 생태계가 유지된다자연의 아름다움이 거저 주어진 것은 아니다.

2015년 유엔(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제시했다인류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발과 성장이 지속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여기에 꿀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구상 모든 인류가 여기에 공감하고 자연을 보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의 몸과 흙이 하나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정신을 온 인류가 공유하기 위해서 표토 흙 한 삽과 꿀벌을 화실로 옮겨 미적 표현을 하고자 했다지구상 모든 인류의 생활이 신토불이적 라이프 스타일로 바꾸어져야 한다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신토불이는 단순히 수입농산물을 먹지 말고 우리농산물을 먹자는 일시적인 농민만의 운동이 아니다지구상 인류가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인류의 생존철학이고 21세기의 주류사상이 되어야 한다

일본의 농업계와 학계 지도자를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그들이 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뜻)보다는 신토불이가 훨씬 고차원적이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고 말한다. 1990년대 그 많은 농업인들의 신토불이라고 주장하는 소리는 어디로 갔는가외래어인 로컬푸드(ldcal food), 지산지소슬로프드(slow food), 푸드마일리지(food milage)가 마치 지구의 구원자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점이 본인은 매우 섭섭하다이러한 모든 착잡한 심정을 맑은 가을 하늘을 우러러보며 부르짓고 싶다그래서 관련 미술소품 50점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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