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의 송/학산면 광암마을/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전 농민신문사 사장/한일농업농촌연구소 공동대표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1947년 고향 광암 마을에서의 일이다한옥 집의 툇마루에서 밥을 몇 숟가락 떴을 때 쯤 대문을 열고 들어온 걸인은 허기진 듯 가냘픈 목소리로 배가 고프니 밥 한 숫가락 달라는 이야기다어머니는 식구가 먹을 만큼 밥을 지었기 때문에 남은 밥이 없어요” 하고 거절한다그러면 아버지는 자신이 먹던 밥을 들고 걸인의 밥그릇에 남은 밥을 부어주면서 오늘은 먹던 밥을 드려서 미안하니 다음에는 밥 먹기 전에 일찍 오라고 일러준다이런 모습을 자주 보아왔다그 때마다 아버지는 우리 형제자매에게 내가 좀 부족하드라도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주어야한다주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아버지는 928일 서울이 수복되고 폐주하는 인민군과의 격전하던 중 학산면 독천에서 43세를 일기로 전사하셨다불시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어떤 유언도 없었다그러나 남은 4자매 형제는 행동으로 보여주신 아버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더 먼저라는 생각으로 지금도 실천하고 있는 것은 아버님의 생활철학 덕분이다.

성서에도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가끔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끊임없이 기억하고 실천해야 하는 덕목이라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OECD 가입 국가 중 기부하는 수준이 거의 꼴찌 수준이다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하여 가진 것을 나누는 문화가 좀더 생활화되어야 하는 이유다이것이 공동체 정신이고 협동조합 정신이다한 사람의 백보 보다는 백 사람의 일보를 더 중요시하는 정신이 협동조합의 기본정신이다

기업의 재산을 우리는 자손에게 상속하는 경우가 많다미국과 독일은 자손에게 기업을 유산으로 넘겨주는 경우가 별로 없다그러나 기업 중 유일하게 유한양행이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고 들었다이런 사고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우리나라가 품격 높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최근 병마에 시달리는 두 가정의 각각 다른 대처방법을 본 적이 있다. A가정은 기독교 집안이고 재산은 별로 없는 평범한 가정이다그의 부친은 교육자로 평생을 살았고 자녀들에게 이웃과 서로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고 한다그 가정의 가장이 폐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판정을 받고 당황하던 중에 A씨의 자녀도형제자매도 서로 자기 폐 한 쪽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담당의사의 판단으로 여동생의 폐 한 쪽을 절단해서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A씨는 지금도 건강한 삶을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살고 있다.

또 한 가정의 B씨는 신장이식을 받아야 생명을 유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이 가정은 부동산이 많은 알부자로 소문이 났었다자녀도형제자매도 5~6명에 이르지만 아무도 신장 이식을 거부했다의학적으로도 폐 이식 보다는 신장이식이 성공확률이 높고 이식자의 부작용도 적은데도 죽어가는 아버지 동생 오빠를 보면서도 자기 것을 줄려는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결국 그는 6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위의 두 가정의 이야기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복이 있다는 성서의 구절이 증명된 셈이다

필자는 돌아가신 부모님으로부터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받아서 평생을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해왔다어머님으로 부터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 즉 신토불이(身土不二)적 삶을 배웠고 아버지로 부터는 이웃과 친구와 인간관계에 관한 사회성의 중요성을 지도받았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동정심으로 또 다른 사람은 의무감으로 기부를 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나눔은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국민의 36.4%가 기부에 참여한다조금씩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이제 기부는 여유가 있어야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습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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