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생약의 자존심 살리고 지역의 소득원으로 특화
순천 고유의 임업자원인 생약초 판매망 구축
약초생산 농가엔 고소득, 소비자엔 고신뢰를

순천 생약전통과 동부생약 탄생 전남 동부권의 산악이 많은 순천은 우리나라에서 약초의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같은 고문헌에는 천문동, 맥문동, 전호, 원지, 백복령, 위령선, 전호, 고본 등을 이 지역에서 생산했다고 기록돼 있다.

 중국산 약초가 국내에 들어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순천산 약초의 전통과 이름이 설자릴 잃기 시작했다. 순천 중앙시장에서 약초 도매상을 30여 년째 해오던 홍재희 대표는 국산 생약초의 활로를 모색하고 순천 생약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2006년 동부생약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홍 대표는 “당시 약초상을 하면서 성분상으로나 품질로 중국산보다 훨씬 뛰어난 한국 생약초가 가격 때문에 시중에서 밀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농업법인을 설립해 국산 유기농 생약을 특화시키고 농가와는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하면서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농업법인은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해 한국 생약의 꾸준한 소비를 만들자는 것에서 사업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사업초기 홍 대표는 약초 도매상을 해오며 만든 자본금으로 토지를 확보해 직접 생약초 재배에 뛰어들고 순천, 여수 등의 약초 종가 50여 곳과 생산자 조합을 결성했다. 관과 밀접한 협력관계 유지해야 홍 대표는 사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외형적인 성장과 변화에도 노력해오다 지난 2009년 산림청 공모사업에 뛰어들어 선정됐다.

이를 통해 2010년 산지 약용식물 가공유통시설을 완공했다. 산지약용 식물의 수집, 가공, 유통체계를 구축해 지역특화사업 육성과 직거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설이며 보조금 포함 1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연면적 1천425㎡ 3층 건물로 1층에는 저온저장고와 창고, 2층에는 가공시설과 판매장, 3층에는 가공시설과 연구실, 교육장을 갖추었다. 센터는 약초 재배뿐 아니라 수집, 가공, 유통 등을 포함한 일관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원료생산 및 수집에서 나아가 6차 산업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동부생약은 2010년과 2013년 10억 원, 2014년 12억 원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판매장에서 생약과 별의별 간, 별의별 천고, 별의별 적하수오, 우엉환, 강황환 등 법인에서 직접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고 가공 제품들은 2013순천만정원박람회장 내 한방체험관에도 전시·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홍 대표는 올해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정한 신지식농업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한방산업 관련 활동을 대내외적으로 활발히 펼친 것과 함께 압력과 습도에 민감해 발아가 어려운 적하수오의 대량종자 발아 재배법을 개발하고 약용작물을 계약 재배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것이 수상의 요인이 됐다.

홍 대표는 “사업 성과에서 보듯이 농업기업의 성장에는 관의 지원과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항상 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협력해야 하며 지원사업이나 공모사업 등을 면밀히 주시해 꼭 필요한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두를 떠나 결국은 능력있는 사람, 세밀하게 잘 짜여진 사업계획, 사업 가능성을 보는 안목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눈앞의 이익보다 먼 미래 지향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 센터 내에 새 매장을 열었을 때는 2년간은 적자, 2년간은 현상 유지를 하며 힘든 시간을 감내하면서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가공제품의 개발과 판로 개척, 소비자와의 신뢰 구축 등의 활동을 해오자 이후 꾸준한 매출과 수익 증대를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성과는 무엇보다 신의를 첫 손에 꼽는 홍 대표의 경영철학이 밑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비자가 국산생약과 효능을 믿을 수 있어 가격이 외산에 비해 비싸더라도 매장을 찾거나 주문을 한다. 더불어 농가 또한 동부생약이 지도한 재배 방식대로 친환경재배를 고수하는데 이 또한 전국적인 약초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폭락에도 동부생약이 좋은 가격에 원료를 매입해 생약 또는 가공제품으로 판매를 해주는 신뢰관계가 맺어졌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멀리 미래를 바라보고 사업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한민국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1등 제품을 만들겠다는 장인정신을 가져야 소비자의 신뢰성을 얻고 재구매율이 80%이상 될 수 있다. 현재 재구매율이 60~70% 정도지만 더욱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동부생약은 ‘순천시장 품질인증’과 ‘전라남도지사 농특산물 인증’도 획득해 시장에서 더욱 신뢰받고 있다. 제대로 준비된 쇼핑몰 도전 현재 여러 약초가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방송을 타면서 여러가지 약초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온라인(인터넷, SNS) 판매가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온라인 시장진출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남들이 하니까 서둘러서 쇼핑몰을 열면 이용하는 소비자에 불편을 끼쳐 오프라인에서 획득한 소비자의 믿음과 국산 생약초라는 자존심과 명성을 잃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판매하는 모든 생약과 가공제품을 사진으로 찍고 소비자에 제공하는 약초 관련 자료를 체계화하면서 시스템상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고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온라인 상에 대대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의사결정은 신속해야 홍 대표는 사회가 경쟁체제로 긴급하게 돌아가고 글로벌 체제가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에 많은 시간을 쏟을 여력은 없고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또한 기업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집단이므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현실화되면 각자가 판단하는 눈앞의 이익 때문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봤다. 홍 대표는 농업생산 부분에서는 생산자 조합의 형태가 좋고 가공과 유통은 외부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경영인 또는 전통적인 가족경영 체제가 맞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즉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가지 말고 지역 현실과 특성에 맞는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김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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