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 융성도서관서 매주 금요일 여는
어머니들의 사랑방 ‘지혜 보따리 활짝

서호면 융성도서관, 10여년전만해도 학생들이 공부하며 밤에도 붉을 밝히던 이곳은 농촌 인구감소와 저출산으로 이용자가 줄며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5년 지역민 누구나가 친근하게 도서관에 다가갈 수 있도록 새단장을 하고 도서관의 강점인 책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올해 8월 시작한 조세란 영암문인협회장과 함께하는 책 읽는 동아리는 전종배 관장이 조 회장에 제안해 시작됐다. 그동안 가족들을 돌보느라 미처 자신을 돌아볼 시간조차 갖지 못한 40~60대 여성들이 매주 금요일 책에서 지혜를 배우고 삶을 향기롭게 가꿀 수 있도록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서호에 살면서 기꺼이 봉사활동을 자처하고 나선 조세란 회장(56·원내사진)동아리에 참여하는 어머니들은 주로 전업주부이고 이제는 손자를 돌보는 나이가 됐는데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좋은 지식도 가르쳐주고 싶어한다삶의 지혜를 여러 사람과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이 좋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과 어머니들은 들어주는 엄마(이와이 도시노리, 시도 후지코 지음)’라는 책을 선정해 부분 부분 서로 나누어 목소리를 내어 읽으며 내용을 음미하면서 때로는 자녀를 키울 때 성미대로 했던 일들에 반성도 하고 아이에게는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고 깨우치기도 한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아이들에게 지시하고 명령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질책하는 것이 일반적인 부모인데 아이들이 잘못을 했더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말을 들어주고 대화하면 가정이 화목해지고 아이도 좋은 인성을 가지게 된다고 밝힌다.

조 회장은 다음 책으로 9~10월중 좋은 아빠의 자격(서진석 지음)’을 가지고 읽기와 대화의 장을 열고자 한다. 그는 이 때에는 아빠들도 함께 와서 아버지로써 자신은 어떠한가를 느껴보고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은 천성과 소질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애정과 노력이라는 것을 배우는 좋은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조 회장은 갈수록 사회가 각박해지는 속에서 사람들이 정신적인 빈곤과 허전함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교양학을 향유하는 우리 동아리 같은 모임이 지역사회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들을 위한 책읽기·읽어주기 프로그램도 더욱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융성도서관은 19845월 우리나라 면 지역에서는 최초로 세워졌으며 지역민과 30여년 함께 해왔다. 전종배 관장은 도서관과 함께 융성장학재단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도서관을 관리·운영해 왔다앞으로 사재를 더 투입해 도서관을 증축할 계획이다. 그림, 서예 등 작품전시와 함께 명사초청 강연회도 여는 주민 문화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다.

김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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